메탄,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읽음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메탄, 또 다른 불편한 진실

소가 방귀를 뀌면 지구가 뜨거워진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식상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소가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음식물을 발효시키고 이때 발생한 메탄가스를 방귀를 통해 배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메탄은 흔히 알려진 이산화탄소와 같이 공기를 데우는 온실가스이기에 소가 방귀를 뀌면 지구가 뜨거워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의 방귀는 빙산의 일각이다. 고작 소가 방귀를 뀌는 정도로 지구의 기온을 지금처럼 끌어올릴 만큼 지구 대기 중에 메탄의 농도는 증가하지 않는다. 사실 메탄은 지금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배출되고 존재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집에도, 회사로 향하는 아침 출근길에도, 주말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하러 나간 강변에도 있다. 그래서 불편하다. 알고 나면 불편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메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고자 한다.

[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메탄, 또 다른 불편한 진실

얼마 전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특히 온난화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한 결과라며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또한 몇몇 미온적인 국가들의 행태를 보며 정말 한 치 앞을 보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화가 났었다. 그래도 이번 COP26의 결과 중 희망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인 메탄을 이산화탄소와 함께 공식적인 감축 대상으로 합의를 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10개 이상의 국가가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한 글로벌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합의했다.

그럼 왜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희망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일까? 바로 메탄의 특별한 능력과 성격 때문이다. 약 1파운드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공기 중에 있을 때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약 80배 강해 ‘강력한 기후변화 유발물질(super pollutant)’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국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에서 발간한 기후변화 6차보고서에 따르면 1850년 이후 지금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 1.07도 상승했고 이 중에 메탄으로 인한 기온 상승은 약 0.5도라고 정의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산업화 이후 발생한 온난화의 약 40%는 메탄이라는 강력한 기후변화 유발물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메탄은 기후변화에 있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메탄의 또 다른 특징은 짧은 잔류시간이다. 메탄은 한번 배출되면 공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잔류시간)이 최장 12년 정도로 최장 200년인 이산화탄소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단기체류 기후변화 유발물질(short-lived climate pollutant)’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메탄을 주목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공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고 온실효과는 강하기에 우리가 메탄 배출량을 줄여나간다면 빠른 속도로 온난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루만 막아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

이산화탄소에 비해
공기 중 잔류 시간 짧지만
온실효과는 80배인 메탄
배출량 줄여나가면
온난화 막는 데 빠른 효과

메탄은 주로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앞에서 얘기했던 소를 포함한 가축의 배설물, 벼를 재배하는 논, 음식물 처리시설, 폐기물처리장, 석유 및 가스 생산시설, 폐시추공, 습지 및 공원, 석유화학 산업시설, 하수 및 폐수 처리시설, 농업수를 가두어두는 저수지, 댐 등 다양한 곳에서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메탄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18년 메탄 배출량 확정값을 살펴보면 농축수산(1220만t), 폐기물(860만t), 에너지(630만t)의 순서로 배출량이 높게 나타났다. 농축수산 분야 중에서는 벼 재배와 관련한 것이 630만t, 폐기물 분야에서는 매립지와 관련한 것이 780만t, 에너지 분야에서는 탈루(leaking)에 의한 배출이 450만t으로 각각의 분야에서 가장 큰 값을 보였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바로 탈루이다. 탈루란 화석 연료 및 원료의 채광, 생산, 공정, 저장 및 운송 등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의 경우 탈루로 인한 메탄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16.1%를 차지하며 세 번째로 많은 값을 보였다. 간단히 말해서 쓰지도 않고 공기 중으로 새어나가는 메탄이 세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쓰지도 않고 새어나간 메탄이 이렇게 많다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탈루는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보통은 공단! 이런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 서울과 부산만 보더라도 도시 내에 산발적으로 메탄의 탈루가 존재한다. 보통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라고 생각하고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 섬 측정소의 메탄 농도는 1900에서 2000ppb 정도다. 서울이나 부산에서도 메탄이 배출되지 않는 곳은 하와이와 비슷한 2000ppb 정도의 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도시 내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불특정한 여러 지점에서 청정지역보다 100%를 넘어 200% 이상 더 높은 값을 보이는 곳들이 있다. 길을 걷다 우연히 택시나 자가용을 위한 LNG 충전소를 지나갈 때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살짝 역한 냄새를 맡은 적이 있을 것이다. 흔히 가스냄새라고 부르는 이 냄새. 이것이 바로 도시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일부이다. 그런데 메탄은 이산화탄소처럼 무색무취라고 알려져 있다. 아무리 공기 중에 농도가 높아져도 우리는 인지할 수가 없다. 냄새는 둘째치고 가시광선만 볼 수 있는 인간의 눈으로는 공기 속의 메탄을 감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메탄이 주원료인 천연가스는 부취제라는 냄새나는 물질을 넣어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게 하여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 그래서 냄새가 나는 것이다.

도시를 넘어 대형 석유화학산업단지, 철강 및 제조 산업 등의 대형 공단에 가면 눈을 의심하게 하는 메탄값이 나타난다. 청정지역 관측소보다 1000% 이상 높은 농도도 심심치 않게 보이곤 한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공단에서 메탄이 주원료인 천연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점이 있다. 탈루는 사실 의도적으로 배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가스를 송출하는 가스관이 오래되고 부식되거나, 연료 시설에 나사가 느슨해졌거나, 가정집 난방을 위한 도시가스 공급 과정에서 누출되는 등 우리가 의도적으로 배출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찾아내서 나사를 조이고 고치면 우리는 의도적이지 않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막을 수 있다.

미·EU선 메탄 측정 위성 운용도

어쩌면 느슨한 나사
조이는 것만으로
지구의 기온 낮출
획기적 변화도 가능

과학적인 접근 통해
문제 해결 체계 갖추기
지금부터 시작하자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탈루가 발생하는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뜨겁고 차갑고 시원하고 더운 것을 정의할 수 있는 온도의 단위를 만든 과학자 켈빈은 이런 말을 했다. “측정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 바로 이것이 과학이다. 우리 주위에 메탄이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있는지 측정하고 인지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측정을 통해 주위보다 100%, 200% 높은 곳을 찾아서 발생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측정은 비단 탈루뿐만 아니라 누락된 또는 미보고된 배출원을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측정이 아닌 기존 보고방식의 통계량으로는 미보고 배출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온실가스 모니터링 체계를 갖춘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은 메탄의 배출을 좀 더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하기 위해 메탄측정 위성을 운용 중이거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상에서부터 하늘까지 가능한 모든 장비를 동원해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 NASA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한국의 발전소 굴뚝까지 촬영하여 배출량을 보고하였다. 우리 집 안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보지도 못하는데 남의 집 안방 TV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현재 당신이 사는 동네의 메탄 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어느 정도인가? 이 질문에 쉽사리 대답할 수 있는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이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느슨한 나사를 조이는 것만으로 지구의 기온을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가성비 뛰어난 탄소중립 기술이 아닐까? 우리도 이제는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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