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 vs 국민의힘 윤석열읽음

이기수 논설위원
이재명과 윤석열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과 윤석열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순간순간의 세평(世評)이 숫자로 찍히는 게 여론이다. ‘36 대 36.’ 12월 첫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했다. 윤석열은 2주 새 6%P 빠지고 이재명은 5%P 올랐다. 갤럽만이 아니다. 이 시기 여론조사는 예외 없이 벌어진 지지율이 붙거나 좁혀지는 마름모꼴이다. 윤석열이 먼저 치고나갔던 대선이 팽팽해졌다는 뜻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논설위원

보름 전이다. 이재명은 11월21일 논산 재래시장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이재명은 민주당 잠바를 벗었고, 공동선대위원장만 13명이던 초대형 선대위는 6본부장 체제로 날렵해졌다. 첫째도 둘째도 속도와 소통이었다. 여드레 뒤인 11월29일, 윤석열은 “국민의힘 윤석열이 되겠다”고 받아쳤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쇼잉(Showing)이고, 사당화이고, 독재의 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엇갈린 화두는 그 자체로 운명적인 승부수이다. 대선구호도 “이재명은 합니다”와 “국민이 불러낸 윤석열”로 갈린다. 인물로 맞서려는 이재명은 ‘기병전’으로, 정권교체의 세를 불리려는 윤석열은 ‘진지전’으로 길을 정한 것이다.

멀리 돌아왔다. 국민의힘은 6일 윤석열·김종인·이준석의 3각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대선 후보 확정 후 한 달을 이 일로 허비했다. 그새 윤석열에게 권력을 나누지 말라고 꼬드겼다는 ‘윤핵관의 암투’와 36세 대표의 ‘당무 파업’이 있었다. 핑계 댈 것도 없다. 잠시 독주를 꿈꿨던 윤석열이 책임질 몫이고, 그의 지지율이 오르내리며 생긴 일이다. 빠진 수도권·중도·2030 지지율엔 52시간제와 산재를 퇴행적으로 본 ‘노동 설화(舌禍)’도 엉켜 있음직하다. 2012년 당시 노인기초연금처럼, 선거캠프에선 시대적 약자(청년·자영업자)를 겨눈 ‘김종인표 타깃 정책’이 나올 것이다. 세 빛깔의 선대위는 지략가 이준석, 미련이 컸을 김종인, 절박해진 윤석열의 합작품이다. 불씨를 덮은 미봉일지, 시너지가 있을지, ‘후보 윤석열’은 뭘 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 11월에 이재명은 반전을 일으켰다. 굼뜬 민주당과 상처 준 부동산과 조국을 반성했고, 주말 민생버스에선 청년들의 쓴소리와 교감했다. 전국민재난지원금·국토보유세는 알리고 설득하되 끝내 반대가 많으면 접겠다고 했다. 특장이던 정책 추진력과 실사구시적 유연성을 교차시킨 것이다. 이 변화구엔 선거캠프를 한발 뒤에서 따라가는 윤석열과 다른, 문재인 정부의 과(過)까지 쇄빙선처럼 헤쳐가야 할 그의 운명이 담겨 있다. 이 속도전 끝엔 이낙연도 가세할 것이다. 이재명에겐 윤석열의 뒷걸음질이 아닌, 지지율 고점을 높여 골든크로스를 해야 하는 숙제가 떨어졌다. 평균 지지율이 30%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올라선 이재명의 첫 고비는 40%이다.

며칠 전, 50대 BTS 팬이 술잔 부딪치며 이런 말을 했다. “대선판도 BTS를 배워야 한다”고…. 그러면서 사랑·소통·희망을 열쇳말로 뽑았다. 압축하면, BTS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판판이 빨려드는 노래와 춤을 넘어 솔직하게 세상의 아픔을 드러내는 메시지라고 했다. ‘봄날’은 세월호 아이들에게 보낸 슬픈 연가이고, ‘Life Goes On’은 코로나19로 멈춘 일상과 분해된 공동체를 위로했다고 했다. 그날, 미국 LA에서 아미봉 들고 ‘Butter’를 떼창하는 보랏빛 물결을 봤다. 수화(手話) 춤을 함께 추며, 아미들은 생중계한 수많은 ‘핸캠’ 영상에서 BTS를 왜, 얼마나 사랑하는지 거리낌 없이 말했다. 삶의 위기와 절망, 소외, 번민 속에 놓아버린 자신을 BTS가 다시 소중히 사랑하게 해줬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줬다고 했다. CNN은 언어의 한계를 넘고 다른 대륙에서 넘어와 성공한 BTS를 1960년대 비틀스보다 높게 평가했다. 그날, BTS는 그들이 빠질 그래미 본상에 대해 “아시아인의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대로 될 것이다. 저물어가는 대영제국 자존심이던 비틀스와 또 달리, BTS는 세계가 함께 일구어가는 미래일 테니….

대선이 13주 남았다. 해넘기까지 한 달은 굵직한 의제·정책이 나오고 인물 영입도 이어질 시간이다. 이 판에 BTS가 주는 영감(靈感)도 더해지길 빈다. 일곱 젊은이는 창의적인 노래로 사랑을 받고, 사람들을 이어주며 서로 사랑케 한다. 고통을 직시하고 다가서는 ‘솔직한 소통’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통합과 희망과 미래를 보게 한다. 대선도 그래야 한다. 선거는 양력설(1월1일), 음력설(2월1일)에 여론의 분기점을 맞을 것이다. ‘이재명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윤석열’이 부딪칠 12월 진검승부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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