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구도 중간 점검읽음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대선판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윤석열 후보는 단숨에 10%포인트 정도의 격차로 그때까지 아슬아슬한 1위를 유지하던 이재명 후보를 단숨에 따돌렸다. 하지만 선대위 구성의 난항이 길어지고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불과 일주일 남짓한 사이에 다시 이재명 후보와 동률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전격적인 울산 회동과 김종인 박사 영입까지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 모든 게 한 달 안에 벌어진 일이다. 무슨 일인가. 지지율 변동의 내막을 볼 필요가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우선 윤 후보의 10%포인트 상승부터 보자. 이 시기에 지역별로 윤 후보는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집값 상승과 종부세 납부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격차가 커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지면 대선 승리가 멀어진다는 점, 그리고 경기도가 본인의 정치적 텃밭임을 감안할 때 이 두 지역이 특히 뼈아프다. 세대별로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윤 후보가 앞섰는데, 특히 2030에서 한 자릿수였던 지지율을 20% 전후로 끌어올렸다. 양당 지지층은 자기 당 후보 지지세가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어서 변수가 아니다. 이 후보의 재추격은 다시 동률을 만들면서 판세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지역별로 격차는 줄었지만 본인 우세로 되찾아온 지역은 인천·경기뿐이다. 계속 우세를 유지해온 유일한 지역인 호남 지지도 대폭 상승이 아니라 미지근하게 올랐을 뿐이다. 호남 유세에 공을 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오히려 재추격 국면에서 가장 큰 소득은 여성이다. 윤 후보에 비해 10%포인트가량 열세였던 것을 동률로 바꿔놓았다. 부인의 낙상 사고와 루머 논란이 오히려 부부 사이를 전면에 내세울 기회가 된 셈이고, 부인 관련 논란이 있는 윤 후보에게는 아픈 부분일 것이다.

흔히 말하듯이 선거의 3대 요소를 구도, 인물, 이슈라고 한다면 구도는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 정권교체 여론은 계속 미세하게나마 늘면서 5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고 작년 이맘때보다 10%포인트 높아졌으며, 정권재창출 여론보다 20%포인트 높다. 반면 인물은 이 후보에게 유리하다. 그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대선에도 두 번째 출마하면서 행정과 정치의 훈련을 받았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임을 강조하고 연일 몸을 낮추며 본인의 가족사까지 끄집어내는 것은 구도가 아니라 인물로 대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슈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원래 이 후보는 오랜 대선 준비와 행정 경험으로 정책에서 앞설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비롯한 기본 시리즈의 급진성, 종부세 논란과 겹치면서 결국 세금 늘리는 정책이라는 이미지로 장점이 퇴색했다. 대장동 의혹은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이 후보의 정책적 유연성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의혹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부동산 개혁을 말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문재인 정부보다 한술 더 뜰 것이라는 의심 어린 눈길에 그를 묶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이 반대한다면 국토보유세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그렇지만 꼭 안 한다는 건 아니라는 식으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발언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후보는 정책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드러냈고, 이 후보에 비해 정책 자체를 별로 내놓지 않는다. 캠프에 포진한 보수성향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정책을 학습하겠지만, 본인의 철학을 기반으로 관통해내지 못한다면 사고의 가능성이 높다. TV 토론이 쉽지 않은 관문이 될 텐데, 2012년 박근혜 후보는 자신의 토론 시간을 반납하고도 당선된 사례가 있기는 하다.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정책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한가 아니면 정책이 비어 있는 것이 유리한가.

지난 한 달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졌으니 지금의 중간 결과에 근거해 석 달 남은 대선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단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를 예측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격적으로 출범한 국민의힘 선대위는 기존에 유리한 구도 싸움에 각을 더욱 세우려 할 것이고, 유리한 구도를 실제의 선거 승리로 이끌어줄 이대남과 같은 전략적 유권자 집단에 공을 들일 것이다. 반대편에는 이 후보의 개인기와 민주당의 조직역량이 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내는 것은 아무나 혹은 아무 조직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