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대응 위한 과기혁신 사령탑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기술패권 대응 위한 과기혁신 사령탑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패권경쟁은 기존의 군사와 경제 중심에서 과학기술까지 포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첨단과학기술이 전략무기화되어 그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한 국가의 경제성장뿐 아니라 외교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를 야기하여 과학기술 기반 국가주의를 더욱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백신을 개발하여 가지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위상 차이를 잘 보여주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저탄소 친환경 경쟁력이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이 되었으며, 인공지능, 합성생물학, 차세대반도체, 우주기술, 양자컴퓨팅 등의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의 산업, 경제, 외교, 안보의 근간을 이루는 시대가 오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확보 여부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과 국방력이 결정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미국은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혁신경쟁법 등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고, 미국의 우방을 중심으로 핵심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인프라구축에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고, 아예 국무부 내에 기술협력국도 설치하였다. 중국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 제재에 과학기술과 공급망의 자립화 시도로 대응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의 혁신경쟁법 등 외국의 제재에 대하여 보복할 수 있는 반외국제재법을 제정하였다. 신소재, 미래자동차, 첨단의료 등 8대산업과 인공지능, 양자, 유전자바이오 등 7대기술을 전략적 기술로 지정하여 집중 육성 중이며, 5G통신망, 인공지능 등에 2025년까지 7년간 약 58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다. 국가 R&D투자를 연 7% 이상 확대하고 GDP 대비 R&D투자 2.8%를 초과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1985년도 국가 R&D 규모 약 1조원에서 시작하여 1996년 10조원, 2012년 50조원을 거쳐 올해는 약 100조원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와 민간의 기술개발 투자에 더해 카이스트에서의 이공계 인력양성과 과학기술인들의 헌신을 통해 1980년대 조선업 세계 1위, 1990년대 반도체 세계 1위, 2000년대 스마트폰 세계 1위라는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의 뒤를 이어 세계 5번째 국가 R&D 100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된 우리나라이지만 과학기술 기반 지속성장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성장을 이끌어온 과학기술인력의 경우를 보자. 1971년 대비 4분의 1로 줄어든 심각한 저출생은 머지않은 미래에 과학기술인력의 급감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의 수를 줄이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미래의 전쟁은 군인이 총칼을 들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 기반의 강한 국방력을 위해 거꾸로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또한, 은퇴과학자들의 적극적인 활용 등 과학기술인력 공백을 메울 다양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기술표준, 인력, 데이터, ICT인프라, 공급망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블록화와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살 길은 과학기술뿐임은 자명하다. 세계적인 기술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제 관점에서뿐 아니라 국가안보 관점까지 고려된 과학기술의 육성과 국가 차원의 전략이 요구된다. 기술, 산업, 안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첨단 전략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기술수준과 경쟁력에 따른 맞춤형 육성을 해야 하고, 전략기술 R&D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우대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하여 기후위기, 초고령화사회, 팬데믹, 4차산업혁명시대 등에 대응하고 식량, 물, 에너지, 소재, 바이오, ICT, 우주 등 전략분야에서 첨단기술들을 확보해야 한다.

내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기초과학-공학-산업-사회-국방 분야를 관통하고 중앙과 지방정부, 산-학-연-관 간의 협력을 시스템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혁신 사령탑이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부총리급의 과학기술 전담부처와 청와대에 실장급 과학기술부서를 설치하여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 과학기술 중심의 강력한 정책과 지원을 통해 대체불가 토큰을 의미하는 NFT가 아니라 대체불가 기술(Non-Fungible Technology)을 의미하는 NFT를 다수 보유한 과학기술 주권 국가가 되어야 한다. 강력한 과학기술혁신전략의 추진과 우리 모두의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패권시대에 선도국가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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