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선 일본 오염수 방출 못 막아

송기호 변호사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지난주부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사선 오염수 해양 방출 설비 안전성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이 절차에서 해양 방출 설계가 안전하다고 인가가 나면 설비 공사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동경전력은 지난달 17일에는 영향평가보고서 발표라는 중요한 절차를 진행했다.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 처리하고, 바닷물을 펌프로 끌어와 오염수를 희석한 후, 해저 1㎞ 터널을 만들어 바다로 배출한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오염수가 해양으로 방출되면 어떤 농도로 바다로 확산되는지 평가했다. 오염수가 선박, 사람들의 해상 활동, 해변, 어망을 거쳐 사람에게 어떠한 수준의 피폭 피해를 줄 것인지도 분석했다. 광어, 가자미, 게, 해초류 등 어류에 나타날 방사선 영향 수치도 발표했다. 모든 면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어놓았다. 공사공정표를 보면 내년 6월에 설비 공사를 시작, 2023년 4월부터 방출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도 일본의 계획에 맞추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방사선 오염수 해양방출을 공식 결정하자, 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성 검증 준비단을 일본으로 파견했다. 그리고 이달 10일, 안전성 검증 중간보고를 내년 중에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진행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일본의 방사선 오염수 방출을 막으려면 자료가 필요하다. 여러 차례 제기하였듯이 독자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일본의 영향평가보고서에는 한국에 오염수가 도달하여 피해가 발생할 것인가는 아예 평가 대상에 없다. 일본 입장에서는 오염수가 바다에 확산되면 방사선 농도가 안전수치 안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니, 오염수가 한국까지 도달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할 필요가 없다. 우리 국민의 불안은 우리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방출된 오염수가 어떠한 해양 경로를 거쳐 한국의 바다에 도착하는지 독자적인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2011년 일본 원전 사고 당시 누출된 인공 방사선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일 뿐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오염수 해양 방출이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 용역 발주조차 하지 않았다. 해수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답변이다. 일본의 오염수 대책 소위원회가 오염수 해양 방출을 대안으로 제시한 때가 2019년 12월이다. 2년이 지나도록 오염수가 한국의 바다에 도달할 경로에 대한 과학적 연구 성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아니 체계적 연구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이런 대응으로는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막을 수 없다.

일본의 영향평가보고서에는 2011년 일본의 원전 사고 이후 얼마나 많은 방사선 물질이 일본 바다로 진입했는지에 대한 누적 평가가 없다. 지난 10년간, 통제 못한 오염수가 바다로 누출되는 사고가 많았다. 그런데도 일본의 영향평가보고서는 마치 그동안 바다에 아무런 일도 없었고 이번에 비로소 무언가 방출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오염수가 더 나올지에 대한 예측도 없다. 해저토와 심층수 상태에 대한 분석도 없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최근 바다 퇴적물에서 방사선이 검출되었음에도 이러한 오염경로가 누락되었다고 지적하였다.

해양 방출 위험성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상대로, 끊임없이 자료를 요구하고 과학적 분석 결과를 축적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독자적 영향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올 8월31일에 받은 오염수 관련 자료가 무엇인지도 공개하지도 않고, 그 자료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원안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답변이다. 애초 일본에 어떠한 자료를 요구했는지조차 공개를 거부했다.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비공개 사유이다.

일본은 오염수 해양 방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구체적 자료를 내어 놓았는데도 원안위는 이에 대하여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밀실 행정으로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국민이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과 수산업에 돌아간다. 지금 시민들은 불안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본의 계획대로라면 일본이 오염수를 방출하는 데에 30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국민이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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