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작심삼일, 새해에는 그거라도 많이 합시다

엄민용 기자

2022년 새해가 시작됐다. 다들 한두 가지 새해 결심을 했을 듯싶다. 누구는 ‘작심삼일’ 운운하면서 결심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나, 단 3일만 실천해도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뭔가를 결심했다가 흐지부지되더라도 다시 며칠 뒤 마음을 다잡고 결심을 거듭하다 보면 1년 중 3분의 1쯤은 결심을 실천할 수 있다. 그러니 새해에는 ‘담배를 끊겠다’ ‘술은 줄이고 운동은 늘리겠다’ ‘이웃과 가족에게 언성을 높이지 않겠다’ 등 뭐든 긍정적인 결심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작심삼일에 그쳐도 최소한 3일간은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게 될 테니 말이다.

많은 이들이 별 생각 없이 쓰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역사적으로 꽤 무게감이 있는 말이다. <맹자(孟子)> 등문공 하편에 있는 ‘호변장(好辯章)’에 나오는 ‘작어기심(作於其心)’에서 유래했다. ‘그 마음에서 일어나서…’라는 뜻이다.

작심삼일은 본래 두 가지 뜻으로 쓰였다. 하나는 “사흘을 두고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결정을 보았다”는, 즉 신중함을 보여주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더라도 그 결심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거나 “즉흥적으로 쉽게 결심을 해 마음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의미 중 요즘에는 부정적인 면이 널리 쓰인다.

작심삼일은 우리 옛 문헌들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8년 윤 6월23일의 기록도 그중 하나다. 당시 세종은 평안도 도절제사에게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봉수대를 설치하도록 명하면서 그 일이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 되지 않도록 당부한다. 고려공사삼일이란 한번 시작한 일이 오래 계속되지 못함을 비꼬는 말이다. 말 그대로 작심삼일이다. 이는 조선시대로 이어져 ‘조선공사삼일’이라는 말도 생겨난다.

여러 고사(故事)들이 보여주듯이 결심을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심’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든 실천하는 게 좋다. 일단 마음에서 일어나야 행동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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