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교체의 정치적 리더십을 기다리며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2022년 새해를 맞이한 마음, 복잡하다. 코로나19 폭풍이 3년째다. 올해는 팬데믹이 끝날 건가. 두 달 후 대선은 어떨까. 정권교체냐 아니냐의 구도만 변화 없을 뿐, 리더십과 전략 등 다른 것들은 낯설게 느껴진다. 정치사회학자인 내가 발견한 20대 대선의 특징은 세 가지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첫째,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개인적 특성이다. 현재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국회의원 경력이 없다. 이런 두 사람이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는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낙연 후보를 이겼고, 윤석열 후보 역시 정치 경력이 풍부한 홍준표 후보에게 승리했다. 이 사실은 국회에 대한 다수 국민의 불신을 증거한다. 정치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거부가 국회 밖에서 새로운 리더를 찾은 셈이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두 후보가 갖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왜 국회라는 정치사회 외부의 후보를 선택한 걸까. 두 사람의 정치 스타일은 최근 지구적 경향과 유사하다. 21세기에 들어와 각광받고 있는 정치 리더는 ‘스트롱 맨’이다. 스트롱 맨은 대화와 조정의 합리성보다 결단과 추진의 실행력을 중시한다. 그리고 정당 내부의 지지보다는 정당 외부에 놓인 시민사회의 지지에 기반한다.

둘째, 최근의 정치적 균열 구조다. 지난 20세기 후반 어느 나라든 정치적 균열의 주축을 이뤄온 것은 계급과 이념이었다. 상황과 국면에 따라 지역과 세대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득권 엘리트 대 일반 국민’이라는 포퓰리즘적 균열이 부상함으로써 지구적 차원에서 포퓰리즘 시대가 열렸다. 20세기 포퓰리즘이 인기영합적 정책으로 특징지어졌다면, 21세기 포퓰리즘은 기득권세력으로부터 소외되고 배신당한 국민 전체를 정치적 주체로 호명하는 데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누가 기득권세력인가의 토론이 격발돼 왔다. 진보가 보수적 산업화세력을 오래된 기득권세력이라고 본다면, 이제 보수는 진보적 민주화세력, 특히 586세력을 새로운 기득권세력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논리에 기대어 상대방과의 공존을 처음부터 거부하고, 자신의 지지그룹에게만 메시지를 타전하는 정치가 ‘한국적 포퓰리즘’의 한 특징을 이루고 있다.

셋째, 공론장과 시민사회의 풍경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2010년대 이후 공론장과 시민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온 것은 ‘포스트트루스(탈진실)’의 도래다. 탈진실이란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신념에 호소하는 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말한다. 탈진실 시대에는 정서와 신념이 진리와 도덕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 결과 공론장과 시민사회에선 정서와 신념으로 무장한 정치적·사회적 집단주의가 한층 강화된다.

탈진실은 ‘정체성의 정치’와 짝한다. 탈진실의 기반을 이루는 정서와 신념은 정치·문화적 정체성을 구성하고, 나아가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시민들의 사고와 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념·종교·젠더 등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들이 훼손되는 현실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정체성의 정치가 기성 정치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21세기의 어느 나라든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 정체성의 정치를 고려할 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정치적 팬덤주의’와 견고한 진영정치를 제대로 독해할 수 있다.

자, 이런 세 가지 특성을 주목하면, 우리는 비로소 이번 대선이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이유의 하나에 접근할 수 있다. 국면이 변했고, 정치가 변했고, 시대가 변한 것이다. 역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다. ‘구조적 조건과 주체적 역량의 변증법’은, 비록 변증법이 철지난 개념이라 해도, 여전히 역사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키워드다. 2020년대 현재, 이 구조적 조건이 크게 변화해 왔다고 봐야 한다.

대선에 담긴 세 가지 의미는 권력교체, 세력교체, 시대교체다. 이제 두 달 후면 권력교체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세력교체가 이뤄질지 아닐지는 정치의 역동성을 지켜볼 때 끝까지 가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시대교체다. 포퓰리즘과 탈진실, 디지털 대전환과 기후위기가 구조적 조건이라면, 이에 대응할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이 주체적 역량이다. 내가 낙관주의자이기 때문일까. 남은 2개월, 나는 아직도 시대교체의 주체적 역량,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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