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과 지도자들의 말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의 새 국면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유럽을 휩쓴 오미크론 변이종이 한국에서도 곧 우세종이 된다. 정부는 의료체계를 고위험군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또 지역 거점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확충하고 동네 병·의원을 1차 대응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거리 두기 강화조치는 다시 연장되었지만, 사적모임 가능 인원을 4명에서 6명으로 완화했다. 마트·백화점·학원·영화관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조치는 거둬들였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절충책을 쓰고 있다. 반복되는 단기대책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다. 방역패스의 효력을 다투는 행정소송도 여러 건 제기되었고, 법원의 판단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되면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거의 정해진 경로다. 그런데 치열한 대선 경쟁 와중에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어렵게 하는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책임의 윤리를 각별히 생각해야 할 때다.

윤석열 후보는 특유의 짧은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방역과 관련해서는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 9시 영업제한 철회, 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접종 반대”라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희생에 대한 사회적 보상, 백신을 접종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개인에 대해 촘촘하게 배려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의 메시지가 오미크론을 과소평가하는 효과를 가져오면, 이는 우려할 일이다.

정치인도 과학의 입장에 서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오미크론이 독감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확실히 검증된 논의가 아니다. 반면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1일 확진자가 8일간(1월1~8일) 18배 증가했고, 필리핀은 13일간(2021년 12월28일~2022년 1월9일) 90배나 증가했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은 델타 변이에 비해 3분의 1에서 3분의 2 수준인 것으로 언급되지만, 이는 국가별 편차가 매우 심하다. 오미크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국과 미국의 경우도 차이가 크다. 영국은 인구 100만명당 중환자 수가 10~15명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지만, 미국은 80명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입원자는 모두 크게 늘었다.

이재명 후보는 작년 11월과 올 1월 초에 ‘전 국민’ 방역지원금을 주장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을 되풀이한 바 있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대유행 상황에서 ‘전 국민’ 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방역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메시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소멸성 지역화폐 형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매출을 지원하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매출 지원은 거리 두기를 완화할 때나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자영업자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영업 정상화이다. 영업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 위기는 ‘전 국민’적 위기가 아니라 양극화 위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활동 제한의 피해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불안정노동 종사 계층에 집중되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2021년 9월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대출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하여 가계대출 증가율 10.0%를 크게 상회했다. 대출 급증은 도소매·숙박음식·여가서비스 업종, 중·저소득층 소득분위에서 집중되었다. 이들의 대출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빠르게 증가했다. 2020년 자살률 통계를 보면, 40대 이상에서는 자살률이 감소했는데, 20대는 12.8%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률은 16.5%나 증가했다. 특정 업종·계층·세대에서 생활 및 생존의 붕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국경이 없고 오미크론은 이미 국내에 퍼져 있다. 곧 지수적 확산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은 2월 말 1만~3만명, 가천대 정재훈 교수는 2월 하순 1만5000~2만명이 매일 새로 확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지역과 가정에서 감염자를 관리하는 방식에 적응하면서, 중증환자 진료의 탄력성 제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긴장감을 갖고 방역 방파제와 피해층 대책을 점검해야 한다. 지금은 어려움을 직시하고 부담을 함께 나누는 연대의 자세를 다져야 할 시간이다.

올해 거시경제 여건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은 섣불리 희망적 사고를 언급하지 말기 바란다. 지도자들은 “나는 피와 수고와 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한 처칠의 말을 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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