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 대학교육의 자화상읽음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교는 2020학년도 1학기부터 무려 4개 학기를 코로나19와 함께 보냈다. 연말연시 급증한 코로나19 앞에서 방학으로 한숨 돌렸지만, 이제 신학년도 수업을 준비할 때다. 그동안 대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지난 2년 대학교육을 돌아본다.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장면1. 통상 30~50명 정도가 참여하던 대학의 학내 교수법 특강에 100명 넘는 교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초유의 현상이 나타났다. 교육보다는 상대적으로 연구나 산학협력 과제에 무게가 실려 있는 대학 교수들에게 ‘교수법’의 중요성이 제대로 실감된 것이다. 팬데믹 이전과 다르게 실시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특강 방식에 접근성이 높아진 장점이 있지만, 수업 운영이라는 당면 과제, 즉 비대면 교육을 어떻게든 운영해야 하는 문제 상황에 놓인 교수자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장면2.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이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할까요?”라고 물으면 ‘아니오’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조심스럽게 전환하고자 하면, 어김없이 비대면을 원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팬데믹 2년차, 기본적으로 대면 수업을 지향하지만 개별 수업의 운영에 있어서는 교수와 학생이 협의하여 적절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여 그대로 비대면 수업을 지속하거나, 대면으로 수업하면서 재택 참여 학생을 위해 실시간으로 수업 장면을 송출하는 선진적인 하이브리드 교육 방식을 의도치 않게 연출하는 경우도 생겼다.

초중등학교와 비교하면 대학에서 비대면 교육의 비중은 월등히 높았다. 대학생들은 학기 중 학교에 간 날보다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으니 비대면 상황에 적응해야만 했다. 대학의 교수자들은 기본적으로 연구 전문가이며, 최근에는 현장의 실무 전문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에게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학습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다. 대면 교육은 학생으로서의 경험이라도 있지만 비대면 교육은 교육 전문가에게도 생소한 것이었다.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 최근 부상하는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방법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과 적용이 대학을 강타했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대학의 ‘교육’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자각과 이해가 생긴 것이다. 동영상 제공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통해 대학 수업이 어느 정도는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활발한 상호작용과 팀 학습, 학습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 등 적극적인 의미의 교육은 아직 숙제다.

대면을 이기는 비대면 교육은 없다. 그러나 대면 수업을 하고자 하면 학생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학습권과 안전권 사이에서 결정은 쉽지 않다. 출석도 못하고 질 낮은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대학 등록금 반환을 주장했던 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지만, 대학생들은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학습과 생활 방식에 점차 적응되었다. 수업에 대한 투입을 줄이면 개인적인 우선순위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학내 기숙사에 머물러도 강의실 출석보다 컴퓨터를 통한 수업 참여가 더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주체적으로 학습을 관리하고 진로를 개척하는 능력이 있는 대학생에게 비대면 교육 방식은 효과적이고 능률적일 수 있다. 대학에서 대면과 비대면 교육 방식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생겼다는 것 또한 수확이다. 그러나 강의실이 너무 오래 비워졌다. 장기화된 비대면 중심 교육에서 학습의 결손은 분명 존재할 것이며, 만남의 기회가 축소되고 대면 학과 행사와 MT가 불가능한 대학에서 ‘관계와 문화’는 초기화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경로에 진입한 대학의 학습과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방법은 무엇인가. 개인주의 속성이 강한 대학에서 더욱 고립화된 교수자는 수업을 개별적으로 책임지는 수준에서 나아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대학 차원에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적합한 대학 교육과 운영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을 둘러싼 논의들은 대학평가, 재정지원, 산학연계, 지방대학 위기 등 제도와 담론에 집중되었다. 정시모집 등록이 진행되면 대학정원 미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가롭게 ‘교육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할 대학은 ‘기본’에 충실한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지난 2년 대학교육 경험에 대한 성찰은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 역할 수행을 위한 귀중한 토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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