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싸우기 위해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긴급한 대응이 필요할 때가 있다. 국가와 민간기구 또는 공직자가 부당하고 불평등한 처신을 하거나 반인권적 차별과 폭력을 가할 때 인권단체는 성명을 쓰고 직접행동을 수행한다. 여기에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즉각적인 의도 외에도 방향을 제시하고 여론에 문제를 환기하는 취지 또한 작동한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운동은 인권과 평등, 개인의 존엄이라는 보편가치가 어떤 손익계산과 위계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다. 주변을 세심하게 고려하며 활동을 계획하기보다 당위에 힘을 싣는 경우가 많기에 긴급행동은 방식만큼이나 즉각 입장을 내고 행동할지 여부 또한 중요한 선택사항이 되곤 한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하지만 그 대상이 시민이 될 때면 이해가 조금 달라진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과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를 위한 출근길 지하철 점거농성을 보면서 비슷한 고민이 들었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는 투쟁방식이 성원의 일상에 개입하고 불편을 가할 때,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더라도 자신의 일상을 침해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투쟁의 의미를 강조하거나 오랜 시간 장애인으로 살아오며 감내해온 차별의 무게를 강조하는 전술은 마음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당신이 감수하는 잠깐의 불편은 사회 성원으로서 공공의 책임을 함께 지는 것이라 설득하지만 한편에서는 시민과 대치할 수밖에 없는 투쟁 방식이 운동의 문턱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민의 일상과 장애인운동이 대치하고 갈등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년째 요구를 방관해온 국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공공장소의 투쟁은 취지에 대한 이해와 설득, 양해를 구하며 이뤄진다. 그런 점에 2월11일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회를 맞아 전장연에서 선전전 시간과 장소를 알린 점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사회 성원을 운동의 방식을 고민하는 동료로 확장할 수는 없을까.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방식에 있어 ‘우리’의 투쟁으로 가져갈 가능성을 고민할 필요는 없을까 말이다. 가령 시중에 유통되는 투쟁을 둘러싼 오해를 잠식시킬 공론을 만들고, 점거로 지하철이 정체된 사실을 참작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기업에 노조와 함께 문제제기하는 시도는 일상의 노동권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전장연만의 역할일 수 없으며, 긴급행동 이후 수위가 높아지는 장애인 혐오 속에 이상적인 제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동의 가치를 고려하면서도 확장의 방식을 고민하는 요즘이다. 인권운동에 있어 서로의 입장과 사정을 살피는 시도는 운동 논리를 세공하는 데 나아가 타인의 맥락을 이해하고 변화의 공감대를 넓히는 과정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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