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이야 항심이라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맹자가 “항산이야 항심이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항상 산물, 즉 소득이 있어야 항상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소득이 항상 있지 않아도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선비라고도 했다. 결국은 깨달음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구절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할 때, 종종 이 구절이 인용된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문재인 정부의 시대는 가고, 이제 윤석열의 시대가 온다. 문재인 정부가 뭘 잘못했을까? 1인당 국민총생산을 살펴보니 2020년 기준으로 일본은 4만364달러, 한국은 4만1370달러, 한국이 추월했다. 2019년까지는 일본이 더 높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국민소득과 다른 점은, 해외 거주 한국인과 국내 외국인의 생산액을 넣을 것이냐, 뺄 것이냐, 그런 송금액에 대한 처리 방식이다. 생산 지표로는 문재인 시대,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잘 나간다. 경제사에서는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추월하기 시작한 때로 문재인 정부를 기록할 것이다.

전체 규모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공정을 경제적으로 해석하면, 절대 규모가 아니라 상대 규모 그리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두 가지 요소로 분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잘살게 되는 것은 항산이 아니다. 정치학자들이 ‘민심 이반’이라고 부르는 일이 벌어진다. 과정도 중요하다. 이건 항심이 아닐까 한다. 비정규직 교사들을 정규적으로 전환할 때, 정규직 교사들의 반발이 컸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때에도 강한 반대가 있었다. 이건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과정에서 생긴 문제다. 국회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때에는 길고 긴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나눠먹기’ 여부가 항산항심 지표

이제 우리는 선진국 진입을 얘기하던 지난 20년을 뒤로하고 선진국 중에서도 더 앞의 일부 그룹에 속하는 나라가 되었다. 군부를 등에 엎고 일부 경제 엘리트들이 “먹고살게 되잖아”, 이렇게 얘기하면 국민들이 박수 치던 개발도상국 시대가 끝났다. 거시 수치가 아무리 좋아도 일상생활에서 개개인이 체감하지 않는 것은 이제 항산으로 안 친다. 전체적으로는 다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과정이 이상하면 항심이 생기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일부의 항산만 이루었고, 온 국민 경제의 항심은 못했다. 결국 집 없는 사람들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다. 이게 윤석열이 넘겨받은 국민 경제의 현재 상태다. 결과와 과정 다 중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율도 중요한 게 경제다. 일부에서 검찰공화국의 도래를 우려하지만, 사법권이 국민 경제 운용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 만드는 비상식적인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선은 5년 후에 또 온다. 통치자가 기분대로 원하는 것을 다 얻고자 하면, 항산도 없고, 항심도 없다.

윤석열이 과연 ‘항산 항심’ 방향으로 갈지, 검사 출신답게 검사와 변호사가 국가를 운영하는 방향으로 갈지, 이걸 분별하기 쉬운 간단한 지표가 있다. 과연 정권교체기에 공기업 등 공공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장이나 임원들이 자기 자리에 있을지, 아니면 ‘일신상’ 혹은 ‘건강상’의 문제로 어느 날 갑자기 사퇴하게 될지? 새로운 정부 공작정치의 출발점은 자기 사람들을 앉히기 위해서 예전 사람들을 불투명한 방식으로 밀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고, 결국 장관이 투옥되는 일이 벌어졌다. 금전·결탁·애정 관계, 이런 것들을 사정당국이 기관장에게 들이밀고, 이게 ‘일신상의 문제’가 된다. 대통령은 투표로 교체되지만, 기관장들은 ‘일신상’에 의해 교체되었다.

“나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오, 내 둘째 아들에게 사고가 생기거나 경찰에게 총을 맞거나 또는 감옥에 들어가거나 벼락이라도 맞는다면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또한 용서하지 않겠어.”

음란한 일방주의 땐 5년 후에 심판

영화 <대부>에서 큰아들 소니가 총에 맞아 죽고, 시실리아로 피신해 있는 둘째 아들 마이클을 다시 미국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 대부가 5대 패밀리 회합에서 한 대사다. 대통령 취임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 지금의 기관장들이 그 자리에 있다면 그때야 검찰이나 사정당국이 부당하고 음침하게 공공경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분식회계나 중소기업 기술 갈취 등 명백한 재벌들의 범죄에 제대로 법이 작동하는지, 민간경제에는 음침한 게 없는지 살피는 게 두 번째 단계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부는 앞으로는 경제 청사진이나 장엄함 계획 같은 거 내면서도 뒤에서는 다 이런 일들을 하였다. 과정의 실패다.

새로운 정부는 늘 항산이라야 항심이라는 말, 그리고 그 항산에 과정이 포함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법치주의, 그게 경제로 오면 절차와 과정을 드러내어 토론하는 것이다. 음침한 일방주의로 돌아가면, 5년 후 정권이 다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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