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실패 백서를 내야 한다

송기호 변호사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 임대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사람들은 자기 집을 원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하여, 결혼했다. 자녀를 낳아 키우며, 아이들이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다닐 무렵이면, 아이들 전학 걱정하지 않은 내 집을 마련할 것이다. 시민의 내 집 마련 소망을 존중해야 한다. 올 2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청약통장에 가입하여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624만명이다. 15년 이상 가입한 수도권 사람이 73만명이다.(자료 한국부동산원)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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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민들의 희망은 처참히 무너졌다. 집값 폭등은 내 집을 마련하려고 땀 흘려 모아둔 종잣돈의 가치를 반 토막, 세 토막을 냈다.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한 부모가 되어버렸다.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규제는 집값을 잡지 못했고, 무주택자가 담보 대출을 끼고 집을 살 기회를 가로막았다. 예를 들어 6억원 이상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3억원 정도는 담보 대출이 아닌 현금 실탄으로 보유한 ‘현금부자’들이 집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한 40대 무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집 살 현금을 더 모으려면 60세 정도는 되어야 내 집 장만을 할 상황이 되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가 60세가 되도록 지금의 집값이 오르지 않고 그를 기다려 준다면. 무엇보다도 청약통장으로 언젠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가 무너졌다.

전셋값은 폭등했다. 재건축을 할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만 조합원 분양권을 인정한다는 정책을 전세 갱신권을 4년으로 확대한다는 때와 동시에 추진하면서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대거 세입자를 내보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토교통부 누리집에서 금방 볼 수 있는 무주택 시민들의 외침이다.

왜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는가? 부동산은 교육이고, 출산 문제이며, 국토 환경이고, 경제이고, 곧 정치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실패했다.

물론 부동산 불로소득에 터잡은 세력들이 강고하다. 부동산값 폭등을 그렇게 비판하던 일부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맞춰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격이 오르자 이를 ‘기대감’ ‘수혜’라고 표현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급등했다.

그러나 성공해야만 했던 부동산정책의 실패 책임은 언론이나 과거 정부에 있지 않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시민의 소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사다리를 튼튼히 놓아야 했다. 함부로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아야 했다. 그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민간 차원의 공급을 억제하지 말아야 했다. 사유택지에서 짓는 주택의 공급은 시장 수요를 존중해야 했다. 동시에 공공택지에서는 내집 마련을 위한 공급 대안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실현해야 했다. 공공택지에서 평생의 거주권을 보장하는 양질의 반값 주택을 전면 공급해야 했다.

지금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정책 실패 백서를 내야 한다. 그의 부처는 2020년 1월15일, ‘주택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집값은 폭등했다. 내가 아는 사람의 아파트 2020년 주택공시지가는 11억3900만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16억9600만원이 되었다. 불과 2년만이다. 집값 자체가 너무 올랐기 때문에, 공시지가 현실화의 충격이 매우 큰 것이다. 그 사람은 실거주자이면서 은퇴자로 따로 소득이 없는데도 이렇게 공시지가만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말하던 ‘핀셋’ 정책은 처음부터 실패할 정책이었다. 집값을 안정시킬 핀셋은 처음부터 없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1년 8월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 결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들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든 것이다.’ 그리고 보고서는 이렇게 끝난다. ‘현 상황을 정직하게 이실직고하여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냉정히 말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 이실직고해야 한다. 부동산정책 실패 백서가 필요하다. 부동산에 대하여 가장 많은 자료와 정보와 조직에서, 그리고 실제 부동산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고 평가하는 곳에서 부동산정책 실패 백서를 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주택 불로소득에 터잡은 세력들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이 산다.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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