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 넘어 그린스완으로읽음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맥주로? 어라 곰표 아이스콘까지? 햇반 아이스크림도 있네. 이마트24와 코오롱스포츠는 편의점에서 캠프닉(캠핑+피크닉)을 체험하는 공간을 차렸다. 어울린다고 생각지도 못한 브랜드들이 절묘하게 연결된 신상품으로 MZ세대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30년 전 심리학 수업시간에 부모로부터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요구를 한꺼번에 받으면 자녀가 정신병에 걸린다고 배웠다. 그런데 웬걸, 이질적인 것들이 조화롭게 섞인 이 신박함에 놀란 소비자들은 앞장서서 입소문을 내고 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존 엘링턴은 <그린스완> 서문에서 스콧 피츠제럴드를 인용,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있다면 최고의 지성을 가진 것”이라 정의하였다. 이 책은 2008년 금융위기처럼 흔치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재난상황을 초래하는 것을 블랙스완이라 정의했듯이 그린스완을 새로운 개념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린스완이란 중대한 시장의 변화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블랙스완 같은 재난이 패러다임, 가치, 사고방식, 정치, 정책, 기술, 비즈니스 모델 및 주요 요소들의 변화와 겹쳐져 그린스완으로 이어진다. 그린스완은 기하급수적인 진보를 가져오는데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부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중략) 그린스완은 비범한 것이다. 평소와 다른 형태의 진보가 이루어지며,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개념이자 해결책으로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 사회 정치 환경 등을 모두 아울러 회복과 재생을 추구하는 거대한 해결책을 의미한다.”

그린스완은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심각한 재난과 같은 파국의 상황에서 도리어 길을 찾는다는 의미로 소개한 ‘해방적 파국’ 개념과 맞닿아 있다. 파괴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고, 재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만들어 개인과 사회 전체의 수준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상당히 희망적인 개념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상태인가?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는 이의가 없겠다만 탄소감축 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꺾고 원전 부활과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탄소감축의 여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고,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전·탈원전의 이분법만 보인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으면서도 계속 경제적 발전을 하겠다는 목표는 양립 불가능해 보인다. 압력솥 안에 든 지구는 다양한 힘이 열기를 뿜고 있어서 이제 폭발할 일만 남은 것 같다. 게다가 전쟁까지 일어났다. 어느 누가 맡더라도 잘해내기 어려운 시대 상황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비범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할 수 있을 최적의 시간인데, 안타깝다.

경영 구루 오마에 겐이치는 혁신하려면 3가지를 바꾸라고 했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일하는 공간을 바꾸고, 시간 사용법을 바꾸라고. 구린 과거로 얼룩진 올드보이들의 귀환, 그만 보고 싶다. 윤석열 당선인은 정권과 대립하는 재난상황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고 대권까지 거머쥔, 비범하게 도약한 인물이다. 당선인 스스로 궤적을 돌아보며 국민의 열망을 읽고, 미래를 위해 거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길 빈다. 겨우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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