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단 한 사람도 탈락시키지 마라읽음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지난 4월21일, 서울 창신동에서 숨진 지 한 달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생전 아들은 고혈압을, 어머니는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한 55만원이 이들 모자 소득의 전부였지만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살고 있는 집이 작년 기준 공시지가 1억7000만원이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빈곤층 복지를 적용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1930년에 지어진 낡은 집은 한눈에도 제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를 소득으로 환산한다. 주거용재산 한도액인 1억2000만원 중 기본재산액인 6900만원을 제외한 5100만원을 1.04%로, 나머지 5000만원을 4.17%로 환산해 월 소득으로 간주한다. 이 계산에 따르면 이들 모자는 살고 있는 집만으로도 261만원의 월 소득이 있다. 2인 가구 생계급여 신청기준인 97만원을 훌쩍 넘어 수급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인정액’이라는 독특한 계산 방식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을 요구해온 운동은 오랫동안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가짜 소득의 철폐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없었다. 자산을 다 잃을 때까지 내몰린 뒤에야 수급자라도 될 수 있는 현실은 수급자의 빈곤을 더욱 영구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일제조사 결과통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공시지가가 전국평균 10% 이상 상승하며 이로 인해 수급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 가구들이 있을 것이다. 현재 지침은 3년간 탈락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3년이 아니라 관련 제도를 보완할 때까지 결정통보를 미루고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 다른 소득이 없는 수급자에게 급여를 중단하는 것은 생명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산기준, 특히 주거용재산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구체적 내용과 이행시기에 대해 지난 4월7일 인수위원회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수급 탈락 때문에 불안에 떠는 국민들이 없도록, 소득절벽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 안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조속히 이행계획을 밝혀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만으로 모든 빈곤 문제에 대응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고 불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이렇게 허점이 많다는 것은 기본조차 바로 서지 않은 우리의 복지현실을 방증한다.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세금부담은 염려하면서, 수급자조차 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관심한 사회의 간극이 아찔하다. 복지부는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 단 한 사람도 탈락시키지 마라.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