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겸 민정수석’ 한동훈

김민아 논설실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고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고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의 작동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최고권력자와 가까울수록 강해지고 멀수록 약해진다. 특정인에게 집중될수록 강해지고, 여러 사람에게 분산될수록 약해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하 한동훈)를 두고 ‘소통령’ 우려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민아 논설실장

김민아 논설실장

한동훈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하 윤석열)의 끈끈한 인연은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석열이 형’ ‘동훈이’로 부른다. 지난해 말 윤석열이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서초동에선 ‘한동훈이 옷 벗고 캠프에 합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고권력자와의 거리 측면에서만 봐도 ‘역대 최강 법무장관’이 예상되는데, 차기 정부 시스템 측면에서도 한동훈은 날개를 달았다. 윤석열은 대선 공약대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와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민정수석 휘하의 법무비서관은 대통령 법률자문을 맡는 법률비서관으로 바뀌어 대통령실에 남는다. 법률비서관으로 유력한 주진우 전 부장검사 역시 ‘윤석열 사단’이다. 한동훈은 인사검증과 법률자문 업무를 사실상 통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헌정사상 최초의 ‘법무장관 겸 민정수석’ 출현이 임박했다.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구나.’ 과거 보수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한동훈 장관 지명 소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보수진영 핵심부에서 보기에도 한동훈 카드의 위험성이 감지된다는 뜻이다. 윤석열이라고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낙점한 것은 대체재가 없다고 판단해서일 터다. ‘검사 한동훈’을 접해본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는 유능하다. 수사를 치밀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사를 둘러싼 주변 요소를 능수능란하게 조율하는 모습이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유능한 검사 한동훈은 유능한 장관이 될 수 있을까. 장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수사검사의 덕목과는 다르다. 피의자가 전직 대통령이건 현직 재벌총수건 검사 앞에선 ‘울트라 슈퍼 을’에 불과하다. 검사에겐 인신구속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 반면 협상과 타협, 설득과 양보를 본령으로 하는 행정·정치 영역에선 슈퍼 갑과 슈퍼 을도, 완승과 완패도 없다. 장관은 능력과 리더십이란 기본 역량 외에 자기절제와 겸손, 상대방에 대한 존중,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춰야 한다.

한동훈은 지난달 13일 장관 지명 직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해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 뒤엔 “명분 없는 야반도주”라는 독설로 민주당을 직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동훈의 ‘검수완박 저지’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비판하자 다시 반박했다. “현장을 책임질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건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여야 합의안을 파기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합의를 이룬 다음날(지난달 23일) 입장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후 이준석 대표가 한동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최고위원회의 재논의” 발언이 나왔다.

검수완박으로 통칭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은 법안 내용에 있어서나, 민형배 의원의 탈당 후 법사위 안건조정위 배치 등 절차에 있어서나 문제가 작지 않다. 하지만 한동훈은 행정부 공직후보자 신분이다. 임명되기는커녕 아직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았다. 국회의 입법권을 폄훼하는 건 오만을 넘어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에 대한 인식을 의심케 한다. 정책적 견해는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밝히면 충분하다. 더욱이 그는 ‘존재 자체가 권력’인 차기 대통령의 최측근 아닌가.

한동훈이 4일 인사청문회에 선다. 그는 검·언 유착 의혹(채널A 기자의 취재원 강요미수 사건)으로 2년간 수사를 받아왔다. 지난달 무혐의 처분됐는데 사유는 증거 불충분이다. 그는 검찰에 압수당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끝내 제공하지 않았다. 개별 사건의 피의자로서,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한 것은 탓할 수 없다. 헌법적 권리인 까닭이다. 그러나 법 집행을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는 달라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과정이 아니라, 주권자 앞에서 고위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총체적 평가를 받는 자리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혹에 대해 충실하게 답해야 마땅하다. 국민은 답변 내용뿐 아니라 답변 태도 역시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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