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정부와 민관협력 거버넌스

[권헌영의 사람과 디지털] 디지털플랫폼정부와 민관협력 거버넌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진영이 극명하게 갈린 탓인지 기대와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 출범 후 곧바로 지방선거가 있어서 통합보다는 경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고,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 따라 앞으로의 이해득실이 더욱 중요한 탓이기도 할 것이다.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새 정부의 실패는 우리 모두의 실패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성공이 국민의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잘 준비하고 겸손하게 힘을 모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나 산업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인수위에서도 관련 정책을 중점 추진한다고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다. 한편으로는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이분들의 궁금증은 대체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쉽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데 있다.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은 대선 기간은 물론 인수위에서도 ICT 전문가를 찾기가 어려웠고 관련 정책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표하기도 한다. 결국 ICT 인재풀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인 셈이다.

실제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인수위의 특별팀에서 담당했고, 고진 팀장이 맡고 있다. 다른 전문가의 참여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고진 팀장은 이 분야 원톱으로 꼽히고 있다. 인수위는 해체되었지만 디지털플랫폼정부팀은 여전히 활동 중이다. 고진 팀장은 한국 IT 벤처 성공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지만 모바일산업연합회장을 맡아온 대표적 산업계 인사다.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산업 협력은 물론 정책 협력에서도 풍부한 경력을 쌓아왔다. 업계와 관계에서는 고진 팀장에 대한 기대가 걱정보다 큰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이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이고 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다. 공약대로 대통령실에 디지털플랫폼정부 민관합동위원회가 설치된다면 대통령의 신임은 빠른 정책의사결정과 구체적 집행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ICT 정책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대통령은 모두 뛰어난 전문가를 잘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도 정책에 대한 신념을 갖고 주기적으로 챙겼다. 인터넷 시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혁신의 아이콘이 된 전자정부는 김영삼 대통령이 씨를 뿌린 정보통신부에서 비롯되었지만 대통령의 정책과제로 성공시킨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안문석 고려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위원회인 전자정부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전자정부 11대 과제를 성공시켰다. 7명의 민간위원들과 관련 부처 국장들이 매주 조찬회의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차관들이 대통령실에 모여서 역시 민간위원들과 안건을 심의했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각 부처에서 집행을 책임지고 역시 위원회에서 진도 및 성과 관리를 하면서 대통령의 권위가 위원회에 실리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했다. 민관합동위원회는 더욱 확대되었고 전자정부나 ICT뿐만 아니라 정부 혁신 및 지방분권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다. 김병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는데 김병준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보다 확고했다. 전문가와 그에 대한 신임은 물론이거니와 역대 민관합동위원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회의가 많았던 기간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노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민관합동위원회의 의사결정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부처의 공무원은 정보시스템 설계도를 직접 그리고 설명하는 대통령을 만나게 되었고 전자정부 31대 과제는 아직도 수출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후에도 ICT 관련 민관합동위원회는 있었다. 정보화전략위원회도 있었고 정부3.0 추진위원회도 있었다. 회의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이나 조직도 있었고 전문가들도 대규모로 참여했다. 제4차산업혁명위원회도 5년 동안 끊임없이 창의적인 의견을 내고 부처 공무원들과 협의를 쉬지 않았다.

소통과 노력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했지만 큰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통령이 해당 분야의 임명장을 주고 가끔 보고 받는 자리에서 말씀자료를 읽어주시는 정도의 관심만 가진 탓이다. 민관합동위원회에 참여하는 전문가도 자괴감에 빠지고 집행되지 않는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도 힘이 빠진다. 디지털뉴딜로 재정을 투입하여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지만 제대로 된 디지털전환에 그 돈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성공을 위한 첫 단추는 거버넌스의 정립이다. 일단 인수위에서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의 출발은 기대감을 주고 있다. 앞으로는 개념적 설명을 보다 명확하게 하여 누구든지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일과 공무원이 그 일을 스스로 힘 있게 추진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항간에는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전환의 개념과 플랫폼 전략을 적용하는 정부 혁신이라면 어떤 모양으로 구체화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다.

다만 국가와 산업 및 정부 전반의 디지털전환이라고 하는 큰 개념의 일을 이 정책이 다 담을 것인지, 플랫폼 전략이라면 플랫폼 시스템을 온갖 동네에서 4대강 사업 하듯 할 것인지, 디지털 정부 혁신에만 집중하여 전자정부 정책의 윤석열 정부 모델로 갈 것인지 등 복잡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유능하고 경험 많은 공무원과 협의하면 단기간에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대통령 과제로 추진할 수 있는 범위와 규모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5년 동안 추진할 일이되 4년 이내에 국민 앞에 변화를 선보이고 평가를 받는 일이다.

그간의 경험을 볼 때 이 일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근면 성실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고진 팀장의 전문성과 공직자들의 실행력은 오직 대통령의 신념과 지속적 관심으로 보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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