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로의 어머니이자 현대사의 목격자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26) 서울 세종대로

1971년, 2021년 세종대로 횡단보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1971년, 2021년 세종대로 횡단보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5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세종대로를 건너는 행인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1971년의 흑백사진에는 신호등이 없어서인지 경찰관이 서 있고, 사람들이 왼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길을 걷는 사람들에서 연출된 사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사진 중앙에 높게 서 있는 전봇대도 눈에 띈다. 2021년의 사진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붉은 신호등에 맞추어 깔끔하게 정비된 건널목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건너고 있다. 전봇대는 사라졌고, 날렵하게 생긴 가로등이 줄지어 서 있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뻗은 세종대로는 조선시대부터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도로이며, 제일 넓은 길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육조(六曹)를 비롯한 주요 관아가 길 양쪽에 들어서 있어 ‘육조거리’, 일제강점기에는 ‘광화문통(光化門通)’이라 불렀고, 1946년에 ‘세종로’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금은 ‘세종대로’가 공식 명칭이다. 세종대로는 우리나라 도로의 어머니라고도 할 수 있다. 세종대로와 종로가 만나는, 세종로 네거리의 칭경기념비전(稱慶紀念碑殿) 앞에 도로원표(道路元標)가 있어 전국 국도의 원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도로원표가 대각선 맞은편 세종로파출소 앞으로 옮겨졌으며, 서울시와 전국 각 도시 간의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세종대로만큼 많은 변화를 경험한 도로는 드물다. 가장 큰 변화는 2009년의 광화문광장 조성이다. 역사 복원, 조망권 확보, 문화공간 창조를 위해 길 중앙에 너비 34m, 길이 557m의 규모로 만들어진 광화문광장은 촛불집회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2021년 사진에서 뒤쪽으로 보이는 낮은 두 건물은 왼쪽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오른쪽이 미국대사관이다. 1971년 사진을 보면, 두 건물이 똑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미국 원조로 지은 정부청사였다.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시작으로 경제기획원,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로 사용되다가 2012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되었다. 이 건물을 짓고 원조자금이 남자, 동일한 설계로 바로 옆에 지은 것이 미국대사관 건물이다. 그래서 쌍둥이처럼 같았으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박물관으로 리모델링을 하면서 외관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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