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읽음

박선화 한신대 교수

“아니, 트럭이 이렇게 화려하고 예쁠 수가 있는 건가?” 인도, 파키스탄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형형색색의 컬러와 독특한 문양, 장식 등으로 꾸며진 트럭들을 볼 수 있다. ‘트럭 아트’로 불릴 만큼 높은 수준이라 산업도 번창 중이다. 이들이 차량꾸미기에 이토록 정성을 쏟는 이유는, 거대한 영토를 장시간 오가는 운전자들에겐 트럭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안식처이자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서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박선화 한신대 교수

사람에게는 자신의 신체와 영역을 가꾸고픈 본능이 있다. 몸에는 문신이나 타투를 하고 손발톱을 치장하고 머리카락을 물들이거나 묶고 꼬고 볶는다. 패션과 주거공간, 자전거나 차량 역시 확장된 신체여서 나다움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몸과 마음이 오래, 깊이 머무르는 장소나 물건일수록 자아를 투영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나 폰꾸(폰 꾸미기) 같은 문화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자연스러운 본능이 도외시되는 영역들이 있다. 노약자나 취약계층이 사용하는 것들이 많은데, 장애인들에겐 신체이자 이동수단이기도 한 휠체어도 그중 하나다. 기능에 충실한 금속성의 디자인은 보는 이들마저 엄숙하게 만든다. 이런 휠체어 바퀴를 개성있게 꾸며 인기를 얻은 기업이 있다. 아일랜드의 스타트업 ‘이지 휠스’다. 척추병으로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동생과 언니가 함께 만들었고, “일어설 수 없다면 튀자”가 디자인 모토다. 바퀴를 감싸는 스포크 가드 디자인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컬렉션하고 싶을 정도다.

우리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유튜버이자 ‘휠꾸(휠체어 꾸미기)’로 조금씩 명성을 얻고 있는 김지우씨다. 그 역시 한때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휠체어가 눈에 띄지 않도록 애썼다 한다. 어느 날 휠체어에 스티커를 붙이고 예쁘게 꾸미기 시작하면서 애착도 생기고 점차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감추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자신에 대해 당당해지는 마음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휠꾸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웨딩드레스나 한복과 어울리는 디자인,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 등을 선보였고, 더 많은 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우씨는 왜 유튜버를 하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도 “그냥 재미있어서 한다”고 대답한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진지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 더 어색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만든 콘텐츠라 봐주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봤는데 알고보니 장애가 있는 사람이네”라고 느끼길 바란다고. 장애인의 몸은 슬픈 것이고, 그것을 보면서 동기를 부여받고 자신을 반성하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진정한 배려인지 배제인지 고민해 달라고. 장애에 주렁주렁 매달린 지나치게 많은 의미부여를 거절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천재적 두뇌에 사랑스러움마저 겸비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가 긍정적 기능을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출중하지 못한 평범한 다수 장애인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지우씨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늘 눈물 나는 사연의 취약한 주인공으로만 위치해 온 오랜 관습에서는 진일보한 모습으로 보인다. 우영우의 남다름을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남다름과 차별하지 않는 상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배려하는 주변 인물들도 시청자들이 우영우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다.

어떤 취약점이나 불편함을 가지고 태어나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것. 예쁘고 재미있고 친절하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존재라는 것만 기억해도 장애인에 관한 처우가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아름다운 휠체어 바퀴들이 세상 곳곳을 불편 없이 거리낌 없이 활보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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