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기후악당 도시’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지난 6월24일 열린 2040년 서울 도시기본계획 공청회 현장의 일이다. 도시계획 발표는 곧 개발 호재에 대한 관심이 된다. 부동산 분석가들은 관련 글을 쏟아내고 대부분의 언론도 이를 받아쓰기 바쁘다. 공청회에 참석하는 이들 다수의 관심도 다르지 않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하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좀 달랐고 그래야 했다. 서울연구원이 마련한 초안은 대놓고 기후위기를 외면했고 이에 대한 중요한 문제 제기들이 있었다. 초안의 핵심은 ‘시민 삶의 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양대 축으로 하여 미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도시다. 이를 위한 6개 공간으로 보행 일상권 조성, 수변 중심 공간 재편, 미래성장 거점으로 중심지 혁신, 다양한 도시 모습을 위한 도시계획 대전환, 철도 지하화 등 기반시설 입체화,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제시했다.

그럴듯한 계획 같지만 도드라지는 아이템은 수변 명소 조성, 높이와 용적률 등 중심지 규제 완화,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 기반 마련 등이다. 심지어 ‘35층 높이 기준’ 삭제를 통한 유연한 스카이라인 창출을 위해 용도지역 체계를 넘어서겠다고 한다. 최근 몇 차례의 어떤 서울 도시기본계획과 비교해 보아도 콘크리트 개발이 가득한 내용이다. 기후 환경 관련 항목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겨우 깨끗한 대기환경 조성, 제로웨이스트 생활문화 정착, 시민 기업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 실천 정도라는 것.

2050년 탄소중립을 표방한 나라의 수도가 수립하는 도시계획이 맞나 싶다. 토론자와 청중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답변에 나선 초안 작성자는 기후변화 부분은 별도의 계획으로 보완할 거란다. 이런 수많은 개발 아이템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엄청나게 늘려놓고 다른 무엇으로 줄일 거라고?

서울시만 이런 게 아니다. 지난 5월 공개된 부산의 2040 기본계획은 ‘탄소중립 건강도시 부산’을 만든다고 하지만 내용은 낙동강 하구 도시숲을 국내 최대 국가정원으로 꾸민다는 것 정도다.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에 처할 부산의 미래, 가덕도 신공항이 초래할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지난해 말에 국토교통부는 도시·군 기본계획과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탄소중립 계획 요소를 반영토록 하는 훈령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은 주요 개발사업 계획단계에 ‘기후변화 영향 평가’도 시행하게 했다. 그러나 주요 도시의 기본계획에서 이런 지침과 정책 방향이 반영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조항들인 데다가, 전·현 정부의 국토부가 대도시의 기본계획에 영향력을 미칠 의지가 전혀 없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일이다.

잘 꾸며진 도시계획 프레젠테이션 이미지 뒤에 기후재난은 감춰진다. 시민들은 자신이 살아갈 도시가 기후악당 도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동시에 기후재난 도시가 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언론도 이를 파헤치지 않고 중앙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실제로 거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공무원이 움직이는 기반이 되는 도시계획의 변화 없이는 탄소중립 도시는 절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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