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업두꺼비

엉거주춤 굼뜬 걸음걸이. 뚜루뚜루 뚜뚜뚜 두꺼비가 기어가는, 아니 굴러가는 풀마당. 두꺼비가 나랑 한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다. 돌무더기에 굴을 파고 사는 거 같다. 보일러는 놓고 사는지, 신문도 보고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멀뚱멀뚱 사방을 둘러보고 눈을 끔벅거리면서 순찰을 돈다. 나라 걱정도 하고 생각이 많은 표정이렷다. 두꺼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소리인데, 과거 김근태 장관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청년연합’ 간판 심볼이 두꺼비였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갇힌 두꺼비들은 하루도 아니고 수십일 동안 고문을 당했다지. 대신 고초를 당한 업두꺼비 덕분에 민주화된 세상을 만났지만,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시계는 거꾸로 돈다.

우리 집 두꺼비는 내가 한번씩 쓰다듬어주는 거뿐. ‘관절 뽑기’ 물고문 전기고문 같은 거 안 한다. 잔뜩 몸을 부풀리면 강아지들도 무서워서 줄행랑. 물도 먹으라고 돌확 하나를 지내는 곳에 옮겨놓았어. 요눔의 것이 허리 아프게 일을 시키네.

도서 섬에는 가뭄이 심해 난리인 모양이야. 업두꺼비 한 마리 우물가에 놓아두면 후두둑 단비가 내릴까. 그간 펑펑 물을 쓸 때는 몰랐는데, 귀해지면 이다지도 소중한 한 모금의 물.

한번은 만사 뾰로통한 농부가 있었는데, 동네 목사가 덕담 삼아 “올해는 풍년이 들어 감자가 굵고 실합니다” 하니까 “썩은 감자도 있고 그래야 소여물도 주고 할 텐데…” 하더란다. 내 참~ 어떻게 기분을 맞춰야 웃고 감사하며 살 수 있을까.

찬바람이 난다.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묻어나기 시작이야. 액을 막아주고 복을 늘려주는 두꺼비가 날파리 몇 마리 잡아먹고 트림한 냄새도 난다. 새끼를 밴 엄마 두꺼비는 스스로 구렁이의 먹이가 되고, 구렁이 배 속에서 새끼 두꺼비들이 용을 쓴다. 구렁이 창자를 먹이 삼아 태어난 두꺼비들은 배를 찢고 나와 마침내 우뚝 선 대지의 주인이 된다지.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두꺼비의 새집, 새로운 세상. 꿈을 꾸고, 눈을 뜬 사람들은 그 나라를 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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