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그 ‘시간의 정치’

병원 최초로 주4일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세브란스병원 노사가 병원계 최초로 주4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교대근무와 과로에 시달리는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수십년간 간호사 퇴사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면허 자격증 등록 간호사가 39만1000명인 것에 비해 활동 간호사는 72.8%에 그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간호사 절반은 이직 경험이 있다. 저임금과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특히 신규 간호사들이 감내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야간근무나 불규칙한 교대제 근무는 물론 인력부족으로 1주일의 여름휴가를 가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휴무 날 집에서 쉬다가도 응급상황 시 호출받는 ‘온콜’(On-call·호출대기) 등 부당한 현실은 오래된 관행 중 하나다.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근무표부터, 잦은 야간근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왜 우리나라 병원은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고 마치 공장의 기계나 부품과 같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할까.

주4일제 도입 필요성은 병원 간호사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중환자실 밤 근무를 하면 피로도가 높아 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수습 3개월이 지나면 빨리 도망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업무들 위에 또 새로운 업무가 얹어지는 것은 마치 테트리스 블록 쌓는 게임과도 같았다”고도 토로했다. 끊임없이 배출되는 공급처가 있으니 정부는 제도개선에 방관만 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 처음 보건의료노조와의 노·정 합의사항으로 교대제 개선사업이 추진된다. 그래서 세브란스병원 결단에 지지를 보내고 싶다.

사실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는 4년간 논의의 결실이다. 시범사업 대상, 범위, 기간, 시기 등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3810병상의 1만3255명(간호사 6162명)이 일하는 곳이기에 그 파급성도 작지 않다. 그러나 결국 병원 노동자의 건강과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사 간 대화의 산물이다. 향후 일정과 계획을 보니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내·외부 우려와 걱정을 떨치고 제도화를 위해 노사가 TF를 꾸린다고 한다. 기획 단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할 것 같다.

노사가 노동강도가 높은 3개 병동을 우선 대상으로 지정하고, 응급 사직 등 돌발상황 등 예측 가능한 방안까지 검토한다. 기본적인 근무형태는 1일 8시간, 주 32시간 근무다. 이를 위해 간호사 인력도 추가된다. 주4일제가 미치는 다양한 효과성을 판단하기 위해 연구조사도 병행된다. 노동환경과 조직문화는 물론 삶의 질 및 사회적 관계 등 폭넓은 분석이 진행될 것 같다. 시범사업 전후 조사와 주5일제 병동과의 비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범사업은 비용이나 생산성 이외에도 몇 가지 변수도 있다. 최고경영진의 철학과 의지부터 중간관리자의 태도와 내부 구성원의 믿음 그리고 외부의 지지 등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지난 2년반 넘게 헌신한 교직원에게 조금이나마 보상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4일제를 결단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경험한 동료애가 깃든 공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2002년 금융권에서 주5일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았다. 그리고 주4일제가 논의되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몇년 사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영국, 스페인, 벨기에, 호주, 캐나다 등에서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 실험이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작은 실험과 경험은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아주 작은 첫발을 뗀 것이다. 이 첫발이 어떤 발걸음으로 이어질지 끝까지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민간 중소병원은 물론 고위험 산재 사업장 그리고 생명안전 시설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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