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들의 독립을 위해서라면읽음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NGO 발언대] 우영우들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대한민국 최고 로펌에 다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기에 아빠의 보호를 받는 캐릭터이다. 의뢰인에게 ‘스스로 밥상을 차려본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며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우영우는 일터를 통해 관계를 맺고 책임을 익히고 사랑을 하며 아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다만 ‘집’을 벗어나려는 시도만큼은 성공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온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여느 사람들처럼 장애인 역시 홀로서기가 필요한 날이 온다. 당장은 부모의 보호를 받는 사람이더라도 언젠가는 가족의 도움 없이 살아가야 한다. 조금만 연습하면 스스로 옷을 입고 밥을 차릴 수는 있겠지만, 혼자 사는 집을 상상하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부동산중개소 방문부터 시작해서 보증금 대출, 계약서 작성, 전입신고, 전등 교체, 곰팡이와의 전쟁 등 감당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복잡다단하다. 심지어 우영우와 같은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주거비 부담까지 걱정해야 한다.

비단 장애가 있지 않더라도, 주거 독립을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은 드물다. 시행착오를 극복해야 편안한 ‘내 집’에 정착할 수 있다. 국가는 수많은 정책을 활용하며 이 과정을 돕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주거권을 보장받는 길이 아닌 ‘시설’에서의 삶을 안내받는다. 주거 독립이 정서 및 물리적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까다롭다는 이유만으로 독립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과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결합된다면, 조금은 늦더라도 충분히 독립된 주체가 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재정의 문제든 인식의 문제든 국가가 기본권을 외면해왔을 뿐이다.

다행히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 끝에, ‘집’과 ‘복지(서비스)’를 결합한 ‘지원주택’ 모델이 한국에 도입되었다. 2018년 서울시에서 시작한 실험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장애인과 더불어 독립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령자, 정신질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해냈다. 올해는 국토교통부 ‘테마형 임대주택’의 1호 사례로 김포 ‘향유의집’ 부지에 지원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특히 ‘향유의집’은 장애인들이 직접 나서 비리 재단을 폭로하고 탈시설을 이룬 역사적 현장이기에 지원주택으로 전환되는 의미가 더욱 깊다.

돈이 많이 든다는, 공급 속도가 느리다는, 복지와 주택 부처 간 칸막이가 높다는 핑계는 그만하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살아갈 권리는 국민 누구에게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가족의 돌봄을 받는 드라마 주인공만이 아니라, 지원주택에서 독립한 사람의 이야기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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