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전염병, 괴롭힘과 감정노동

코로나19 이전보다 일이 힘들다고 한다. 주위 몇몇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일터에서 폭언, 폭력, 폭행, 괴롭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객이나 시설 이용자 등 제3자로부터의 부당한 언행은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최근 훨씬 심해졌다고 한다. 슬프게도 힘듦과 고통은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정도다. 감내하지 못하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우리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노동자들의 삶에서 폭력과 괴롭힘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일부 고객의 공격적인 행동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노동자들에게 욕설이나 비하 등의 언어적인 폭력은 물론 의도적으로 기침을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병원 같은 곳에서는 감정적 피해나 위협 혹은 신체적 공격 등으로 물품 등에 부딪히는 사례들도 있다. 때론 일하는 과정에서 괴로움이 가중된다.

매일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고객을 대하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불행히도 감정노동자들이 모욕을 경험하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사실 법률 제정 이후에도 회사에서 발생한 폭력과 괴롭힘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최근 10명 중 3명이 일터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국정감사 자료가 나온 정도다. 그러나 이 통계조차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고객이나 이용자 혹은 내방객과 같은 제3자에게 위협을 당하고 승강이를 벌인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일터에서의 우월적 지위나 관계 속에서의 괴롭힘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병원이나 돌봄 현장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시행될 때마다 자신들은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다. 다수의 감정노동자들 또한 완고한 고객을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특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조합이나 단체들은 모든 종류의 폭력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요구한 지 오래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우리 모두 인간중심적인 일터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노동이 상품화된 자본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일터에서 권력의 남용이 합법적 행동이 되면 안 된다. 우리 모두 남용된 권력과 맞서야 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존엄성은 되찾기 어렵다. ‘모든 사람이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을 비롯한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운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고, 실현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의 취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폭력과 괴롭힘을 위한 일터는 없다” “매일 모욕을 당하거나 위협을 가하거나 침을 뱉는 것은 주로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이다”와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물론 안타까운 현실이다. 폭력과 괴롭힘이 급증하는데 ‘폭력의 전염병’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불편한 진실과 조우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 때문에 노사정 사회 협약이나 노사 간 산업별 협약을 체결한 몇몇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독일은 노사정 3자가 노동세계에서 정신건강을 위한 공동선언과 10가지 합의사항을 발표(2013년)한 바 있다. 프랑스는 괴롭힘과 폭력에 대한 사용자 책임과 노동자 권리 등이 포함된 산별 협약(2010년)을 체결했다. 2년마다 평가를 통해 개정하기도 한다.

오는 18일은 소위 감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지만 법 시행의 효과는 아직 더딘 편이다. 노동보호와 안전을 위한 일터 위험 목록을 세부적으로 만들고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 이젠 노동세계의 과도한 감정 사용과 폭력, 공격, 트라우마 등을 야기하는 사건을 막고, 대안적 활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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