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소각장 신설에 대하여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나는 그동안 밀양 송전탑, 삼척 석탄발전소 반대 집회 등에서 ‘외부세력’이란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렇게 수도권에 산다는 이유로 ‘외부세력’이 되는 특권을 누렸던 내가 졸지에 내부자가 되었다. 내가 자리 잡은 마포구에 신규 소각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이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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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소각장 문제를 내 문제로 여긴 적이 없었다. 마포구청장, 서울시장 선거를 치를 때도 일회용 장갑에 반대해 주방 고무장갑을 끼고 투표했지만, 정작 선거에서 왜 쓰레기 문제가 이토록 쓰레기 취급을 받는지는 묻지 않았다.

현재 서울에 있는 소각장은 강남·노원·마포·양천구 4곳이다. 이들 소각장을 다 합쳐 하루 2200t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데, 서울에서는 매일 생활폐기물 3200t이 쏟아진다. 나머지 1000t은 거대한 부피 그대로 인천의 수도권매립지에 파묻힌다. 하나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수도권매립지가 차오르자 지자체별로 반입량을 할당했는데, 2020년 74%의 지자체가 그 할당량을 넘겼다. 소각장 건립은 반대하지, 매립지에 묻으면 안 되지, 일회용품 덜 쓰면 불편하지, 총체적 난국이다. 임기 내에 매립지 문제가 닥치는데도 이 정부는 식당 내 물티슈 사용금지도 3년 뒤로 미루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미루다 세종과 제주에서만 축소 시행한다. 쓰레기 대란이 터지기라도 바라는 자세다.

공사기간이 필요하므로 지금 당장 소각장을 짓지 않으면 1000t의 쓰레기가 갈 곳이 없다. 한데 서울시민의 쓰레기를 왜 마포구에 ‘몰빵’하나. 이미 마포구에는 750t급 소각장이 있고 소각장이 없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소각장 입지 선정에 참여한 주민협의체 중 마포구만 주민대표가 한 명도 없었다. 이탈리아 카판노리시는 유럽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도시다. 쓰레기가 늘어나 소각장을 지어야 할 때 소각장 반대 운동이 일어났고, 우리 동네에 소각장이 안 된다면 다른 동네에도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소각장을 짓는 대신 쓰레기를 줄였다. 가정별 쓰레기봉투를 할당하고 그 이상의 쓰레기가 나오면 쓰레기봉투 한 장당 1만원에 사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면 세금 감면을 받는다. 곳곳에 제로웨이스트 센터와 재사용 가게가 생겼다. 그 결과 30% 이하의 재활용률이 90%에 이르렀고 쓰레기가 줄어 소각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신규 소각장에서 처리할 서울시 쓰레기 1000t을 서울시민 1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100g이다. 100g은 라면 한 개보다 가볍고 일회용 컵 8개 정도 된다.

그래서 소각장을 반대하냐면 실은 아니다. 대안이 있지만 우리는 이를 실천할 시간을 이미 놓쳐버렸다. 다만 쓰레기 줄이기 정책과 일회용품 사용금지, 제로웨이스트 도시 선언이 소각장 오픈보다 먼저 시작돼야 한다. 일본 도쿄의 1지자체 1소각장이나 서울 은평구의 소규모 자원회수시설처럼 각자 쓰레기를 책임지는 방식, 신규 소각장 건설 후 기존 소각장은 예정된 2035년이 아니라 조기 폐쇄하는 안을 제안한다. 매립은 쓰레기를 땅에 묻는 거고 소각은 하늘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쓰레기 활동가이자 마포구민으로서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처지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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