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불안해하는, ‘경제에 무능한’ 보수 정부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한국갤럽은 격주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발표한다. 세부 항목에서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이유를 묻는다. 흥미로운 점은 ‘민생 살피지 않음/무능/잘못’의 부정 평가 합계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6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생 살피지 않음/무능/잘못’의 부정 평가 합계가 10%였다. 10월 3주차 조사에서는 28%로 늘어났다. 즉 윤석열 정부를 ‘경제에 무능한’ 보수 정부라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이 약 3배 늘어났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윤석열 정부는 5월10일 임기를 시작했다. 아직 6개월이 되지 않았다. 5개월여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국민은 윤석열 정부를 ‘경제에 무능한’ 보수 정부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난 5개월간, 기억나는 것들을 복기해보자.

첫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싼 부실 대응이다. ‘바이든, 날리면~’ 발언으로 국제적 논란이 됐던 그 사건이다. 미국의 IRA로 인해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는 큰 불이익을 받게 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났어야 했다. IRA와 관련해서 한국 측 입장을 전달했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특히 중요한데,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둘째,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경제수석의 매우 거친 ‘탈중국’ 발언 역시 기업인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6월 나토 회의에 참석하며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한덕수 총리는 “중국 경제는 거의 꼬라박는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3%다. 홍콩은 약 8%다. 중국은 여전히 대한민국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해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길고,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최 경제수석과 한 총리의 발언은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인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오죽하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좋든 싫든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라고 발언했을까.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권자들은 경제 주체를 불안하게 하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셋째, 최근 김진태 강원도지사로 인한 레고랜드발(發) 채권시장 불안도 경제에 무능한 보수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의힘 소속의 김 지사는 당선된 이후, 전임 최문순 지사의 정책을 부정하기 위해, 강원도 산하의 강원중도개발공사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약속을 거부했다. 결국 지난 6일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김 지사가 지급보증을 거부한 9월28일경부터 채권 금리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방정부가 지급보증을 약속한 지방정부 발행 채권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금리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 채권시장 주체들은 지급불능이 되는 사태를 접하며 패닉에 빠졌다.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며, 채권시장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됐다. 금리는 오르고, 채권의 매각률은 현저히 낮아졌다. 오죽하면, 유승민 전 의원이 “강원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고 비판했을까. 채권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까지, 전임 도지사의 업적을 부정하려다 발생한 경제적 참사다.

다음달 10일이 되면, 윤석열 정부의 취임 6개월이 된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강달러를 만들고,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지만, 올 하반기를 지나면 디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경제에 무능한’ 보수는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다. 윤석열 정부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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