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빙환은 젊은이들 욕망일까

이융희 문화연구자

SBS 금토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 이어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연일 화제다.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분석한 회귀물의 구조는 단순하다. 그들은 회귀물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이 지금, 여기의 육신에서 벗어나 현재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길 욕망한다고 단평한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이융희 문화연구자

나 역시 웹소설 작가이자 연구자로 활동하다 보니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지금, 여기 시공간의 ‘몸’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공간의 ‘몸’을 얻게 되는 웹소설의 주요 코드인 ‘회귀, 빙의, 환생(회빙환)’에 대해서 코멘트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두 가지의 사실을 당부시키곤 한다.

하나는 웹소설에서 ‘회빙환’이란 코드는 이미 유행이 한참 지나간 범용적 플롯 장치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회빙환이 MZ세대 같은 특정 젊은 세대들만의 욕망이 아니란 부분이다. 특히 나는 첫 번째 이야기보다 두 번째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곤 한다. 회귀나 빙의, 환생은 서사 이전의 삶에서 오랫동안 지식과 경험을 누적해야지만 다음 생에서 큰 이득을 거두기 때문이다. 즉, 회빙환은 이 사회에서 오랜 삶을 살아온 기성세대일수록 가성비 좋게 욕망을 충족할 수 있는 플롯인 셈이다. 실제로 웹소설의 독자층을 분석해보면 이러한 현대 판타지의 경우 30~50대의 독자층 비율과 구매율이 큰 편이니 이러한 콘텐츠가 겨냥한 마케팅 대상은 뚜렷하다.

그러나 이런 내 코멘트가 제대로 언론을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미 나에게 인터뷰를 신청한 사람들은 다들 회빙환이라는 코드를 젊은 세대가 갖는 헛된 희망이자 욕망으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회빙환이라는 코드가 젊은 세대의 욕망으로 프레이밍되는 현상 자체가 더욱 흥미롭다. 웹소설에서 회빙환은 지금 여기의 세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성공하겠다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그런 욕망, 그리고 현실의 힘든 노동을 짧은 독서로 휴식하고자 하는 웹소설 독서 그 자체에 대해서 ‘어리고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시선은 이 사회의 기득권들이 가진 불안한 시선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처럼 느껴진다.

회빙환이 이미 웹소설에서 낡은 클리셰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호명되기 시작한 건 웹소설 원작의 웹툰과 드라마가 폭발적으로 제작, 서비스되기 때문이다. 검증된 슈퍼 IP를 통해 다매체 전환을 추구하는 현재, 웹소설적인 장르 코드에 의해 자리를 잃어가는 올드 미디어들의 공포, 기존의 세계를 부정하고 초월적인 능력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웹소설 서사에 대한 거부감이 합쳐져 작금의 회빙환 거부반응이 발생된 것은 아닐까. 웹소설이 만들어낸 결과에만 집착해 웹소설과 그 안에서 다룬 서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말로 우리가 회빙환이라는 형식의 욕망과 구조, 그리고 기능을 알고 싶다면 그 형식의 새로움에 경도될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와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비로소 젊은 세대의 욕망이라는 프레임 바깥, 새로운 문화 조류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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