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생 인권은 반대말이 아니다읽음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조항을 신설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 통과를 위해 교원단체는 “교단에 드러눕는 학생에게 교사가 손가락도 대지 못할 정도로 교권이 추락했다”며 백방으로 국회에 로비를 했다. 언론도 ‘날개 잃은 교권’ ‘교실 붕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반복하며 비슷한 기사를 열심히 찍어냈다. 그리고 이 법은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로 처리되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학생 인권을 보호하면 교권이 침해되는가? 이 물음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 서로 대립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하며, 이 둘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인 양 호도한다. 그러나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관계가 아니다.

교권은 시민이자 미래인 학생을 잘 교육하기 위해 국가가 교원에게 위임한 권한이기에 당연히 학생의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교권의 범위 내에 학생에 대한 체벌이나 모욕이 포함되지 않듯이, 학생 인권을 들먹이며 교사에 대한 폭력이나 폭언을 해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나의 인권도 존중되는 인권의 상호의존성에 따라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상생과 상호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교원단체들은 바로 환영 성명을 내고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제재 등 즉각적인 생활지도가 가능해졌고, 아동학대 고소·고발과 악성 민원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한술 더 떠 교권침해 처분을 받은 학생의 학생부에 그 처분을 기록하도록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 현장 문제를 교육적 해결이 아닌 법적 분쟁으로 얼룩지게 하는 퇴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학교는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태어나 자라나는 사람들이 사회라는 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하고 상호작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교육은 지식 습득을 위한 수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에 한 인간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최대화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학생이 한 어떤 행동이 공동체에 해를 끼칠 경우 그 행동을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교육의 본질에 맞닿아 있어야 한다. 즉각적인 폭력과 폭언 또는 처벌하겠다는 겁박으로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의 권리도 나 자신의 권리만큼 소중하다는 점을 알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화와 연습에서 배제되어 마땅한 학생은 없다.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이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과정은 꼭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부당하거나 반인권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학생보다 더 긴 시간을 살아오며 교육의 본질을 직업으로 실현해야 하는 교사가 ‘버릇없는 네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되면 안 된다.

이번 법 개정은 들쭉날쭉한 학칙으로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학칙에 대한 제도적 통제 수단조차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학칙에 따른 지도 권한을 교원에게 부여할 경우, 부당한 학생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의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교육적으로 소통하고 계도하는 일에 전념할 수 없게 하는 교사의 업무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 없이, 학생만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학교에 미래는 없다. 곧 교육부의 후속 법령 입법과 학생 생활지도 매뉴얼 개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설픈 사법적 통제를 베껴 올 것이 아니라, 교육적 해결이 학생 인권을 고려하여 작동될 수 있도록 교사의 긍정적 교육 활동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촘촘히 담길 바란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