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 자율규제에 맡길 문제인가

어느덧 플랫폼노동이라는 말도 일상이 되어가는 듯하다. 불과 몇년 전 디지털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말이 화두가 될 때와는 사뭇 다르다. 취업자 10명 중 1명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찾거나 일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하나의 고용형태로 자리 잡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우리도 플랫폼노동자가 290만명으로, 2018년(53만명)에 비해 무려 6배 정도 증가했다. 2017년 11월 처음 언론에 기사화된 이후 작년 말까지 737건이 보도되었다. 빅카인즈 뉴스 키워드 검색을 해보니 전국 일간지(424회)와 경제지(294회)에서 다루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사실 플랫폼노동을 둘러싼 쟁점은 많다. 무엇보다 새로운 노동의 직업들이 확인된다. 그러나 기존 노동의 변형 혹은 변종된 형태들이 더 많다. 음식배달이나 모빌리티 택시부터 단순 코딩 작업까지 50년 전 노동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 플랫폼노동자 다수는 프리랜서 형태이기에 제도 밖의 노동자들이다. 표준계약의 부재부터 높은 수수료와 성과평가를 통한 불이익 등은 오래된 문제들이다. 노동시장에서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또 다른 하등 취업의 단면이다. ‘노동자’가 아닌 ‘이용자’ ‘작업자’ ‘플레이어’ 등 화려한 수사의 이면에는 누가 착취자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탈노동의 흐름을 보여준다.

플랫폼자본은 노동과정의 표준화를 통해 공장이나 사무실을 넘어 다양한 곳에서 이윤추구 방식까지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활동을 통한 통제 방식은 갈수록 정교화되고 있다. 알고리즘 작동과 관리로 인해 노동자들은 시간 압박과 휴게시간 부족 등을 호소한다. 플랫폼노동 이전에 갖고 있던 노동자들의 자율성이나 전문성 상실은 큰 문제다. 앱(app)을 통한 일만 하다 보니 살아 있는 노동이 죽은 노동으로 대체되는 감각을 느끼고 있다고도 한다. 무력감, 고립감, 기계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대표적이다. 불과 몇년 만에 알고리즘이 인간을 통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디지털 테일러리즘’으로 불릴 만큼 21세기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착취의 전형이다.

그렇다고 플랫폼노동 문제에 진척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디지털 플랫폼노동의 좋은 일자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실태조사와 프로젝트를 통해 노동자 안전과 건강 영역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추정과 알고리즘 투명성이 포함된 입법지침안(2021)을 발표했다. EU의 논의는 눈에 보이는 기술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은 법률 제정을 통해 노동자 인정을, 프랑스(우버관측소), 독일(옴부즈 오피스)은 지원기구를 통해 상담과 권리구제를 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곳은 플랫폼자본주의 천국인 미국이다.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욕, 시애틀 등에서는 플랫폼노동자의 근로자 인정 법률이 제정되거나 논의 중이다. 몇몇 진보적 도시에서는 음식배달 라이더들에게 생활임금 적용 논의는 물론 최저임금 적용을 승인한 곳도 있다. 시애틀과 뉴욕 등은 올해부터 17.27달러를 보장하고 2025년 23.82달러가 목표다. 시애틀(배달 시급 인상, 주문 수락 건수 최소화, 노동시간 강요 금지)과 뉴욕(보수 기준, 대기·주문·교통 정체시간 인정, 수수료 금지, 건물 화장실 이용)에서는 다양한 지원정책과 규정들이 마련되고 있다.

이렇게 플랫폼노동 확산에 대응하는 다양한 상상력들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자유시장을 강조하고 기업의 자율규제에 맡기려 한다. 그런데 과연 산업혁명 이후 시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한 적이 있었던가. 이윤 추구자들은 규칙과 규제를 회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 본성이다. 플랫폼자본의 탐욕이 끝이 없기에 사회적 규제를 통한 보호와 권리를 노동자들에게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Today`s HOT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개전 200일, 침묵시위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황폐해진 칸 유니스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