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이재명 로펌’ 말고도 할 일이 많다읽음

박영환 정치부장

‘재야정당의 준말로, 정당 정치에서 정권을 잡고 있지 않은 정당이다. 여당과 대립되는 말로, 여당의 정책이나 시책 등에 대하여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하여 여당의 잘못된 독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인 폐해를 막는다.’ 야당이 무엇인지에 대한 <21세기 정치학대사전> 설명 중 일부분이다.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할 정당은 전체 의석의 절반이 넘는 169석을 보유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다.

박영환 정치부장

박영환 정치부장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현 정부 출범 후 한국 사회는 퇴행하고 있다. 노사 법치주의를 명분으로 친기업 반노조 정책이 노골화되고 있다. 파업은 불법화하고 협박과 응징으로만 대응한다. 주 69시간으로 노동시간 연장도 추진된다. 시장주의 교육 정책은 위험천만하다. 교육당국은 상품으로서 인적 자본 확보에만 관심이 있고 공교육 강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국가정보원이 간첩단 사건이라며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공안정국도 예상된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여당 전당대회에도 노골적으로 개입한다. 검사 출신 인사들이 주요 권력기관에 포진했다. 민주화 이전 군사독재와 비슷한 검사독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1990년대도 아닌 198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한국갤럽의 1월 셋째 주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잘 못한다는 평가가 55%로 훨씬 많았다. 그런데도 정당 지지율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가 37%로 민주당 지지 32%보다 높았다. 서울에서는 국민의힘 40%, 민주당 32%로 격차가 더 컸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실망하고 있지만 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무당층 25%는 여야 골수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층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좌절감을 보여준다.

민주당 지지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로부터 이 대표를 지키는 데 온 힘을 쓰고 있다. 지난 10일 이 대표의 첫 검찰 출석 당시 4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엄호했다. 28일 두 번째 출석 때도 이 대표는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10여명의 의원들이 현장을 찾았다. 당의 주요 회의는 검찰의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비판의 장이 됐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도 압박한다.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드라마 <환혼>)라는 생각인 듯하지만 틀렸다. 시민들이 보기에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야당 의원 수십명이 이 대표를 호위하는 모습은 조폭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떠오르게 할 뿐이다. YTN의 지난 25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개인 비리 수사라는 응답이 53%로 야당 탄압용 정치 수사라는 답변 33.8%보다 많았다.

이재명 지키기에 집중하는 민주당은 여권에 ‘방탄’이란 공격 빌미를 줄 뿐이다. 여당과 정부는 민주당이 뭘 해도 방탄이라고 몰아세운다. 이태원 참사를 비판해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담을 제안해도, 법안 심사를 위해 국회를 열자고 해도, 심지어 가스값 폭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도 이 대표 방탄용이라고 공격한다. 검찰의 편파적 수사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민생 정책 제안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메신저에 대한 불신은 메시지의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그러니 과반 의석을 갖고도 정국에 별 영향력을 미칠 수가 없다.

‘방탄 프레임’을 깨지 않는 한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검찰은 두 차례 조사에 이어 추가 조사까지 요구하며 민주당을 사법 리스크에서 해방시켜줄 마음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 기소 시 당무 정지를 규정한 민주당 당헌 80조 적용 문제 등을 두고 사법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가 당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결단해야 한다. YTN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기소 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33.4%나 됐다. 제1야당 대표라는 보호막 없이 검찰의 부당한 정치적 수사에 당당하게 맞서 승리한다면 그의 정치적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재명 로펌’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