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근대공원으로 3·1운동 점화…봄을 기다리는 ‘어르신 성지’읽음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60) 탑골공원

1971년, 2023년 탑골공원.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1971년, 2023년 탑골공원.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다음주 수요일은 104주년 삼일절이다. 1919년 3월1일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여 전 민족이 궐기한 3·1운동이 처음 시작된 장소가 탑골공원이다. 그날 오후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고, 이곳을 출발점으로 독립운동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탑골공원 자리는 고려시대 흥복사(興福寺)라는 절이 있던 곳으로, 조선시대 들어와 불교 신앙이 깊었던 세조가 근처의 민가 200여호를 허물어 절을 크게 새로 짓고, 원각사(圓覺寺)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후 연산군은 이곳에 궁중 음악과 무용을 관장하는 장악원(掌樂院)을 옮겨 연방원(聯芳院)이라 이름을 고치고, 자신의 유흥에 동원할 기생과 악사를 관리하도록 하였다. 연산군의 방탕한 생활이 극에 달했을 때, 이곳에는 전국에서 뽑아 올린 기생 1200명이 살았다고 한다.

연산군이 실각한 후, 건물들은 헐려 다른 관공서를 짓는 데 사용되었고, 세조 때 만든 십층석탑과 비석만 남았다.

탑골공원이 만들어진 시기는 이견이 있으나 고종 때인 1890년대로 추정되며, 서울에 생긴 최초의 근대공원이었다. 이 공원은 탑동공원, 파고다공원으로도 불리다가 1991년부터 공식적으로 탑골공원이 되었다. ‘탑골’ ‘탑동’ ‘파고다’ 등의 명칭은 모두 이곳에 서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에서 유래하였다.

두 사진 중앙에 보이는 건물은 1902년 지은 팔각정으로, 바로 1919년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곳이다.

팔각정 왼쪽에 있는 탑이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 십층석탑이다. 1971년 사진과 달리, 현재 사진에는 탑이 유리 상자 안에 들어가 있어 답답해 보이는데, 1998년 비둘기 배설물이나 산성비로 인한 훼손을 막으려는 조치 때문이다.

19세기 말에 이 탑을 찍은 사진을 보면, 윗부분 3개 층이 땅에 내려져 있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 탑을 일본에 가져가려다가 너무 무거워 실패한 흔적이란 설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1946년에야 미군 공병대의 도움으로 복원하였다. 1971년의 사진에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으로 공원이 붐비고 있으나, 며칠 전 찍은 사진은 한가한 모습이다.

두 사진 모두에서 탑골공원 뒤쪽으로 우리나라 주상복합아파트 1세대인 낙원상가 아파트가 보인다. 낙원상가는 많은 악기 점포들로 인해 ‘음악인의 고향’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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