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선은 민주당의 혁신으로

김태일 장안대 총장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났다. 정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두 가지를 결정한다. 간판과 깃발이다. 간판은 당의 지도부를 말하고 깃발은 당의 노선을 가리킨다. 국민의힘이 이것을 정하는 과정에는 정말 ‘얼척없는’ 일이 많았다. 화제의 시작과 끝은 대통령이었다. 후보 조정, 대세몰이, 지지 동원 등 사안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대통령의 측근이 구설에 올랐다. 정치 시계가 제왕적 총재 때로 돌아간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최고 권력의 전당대회 개입이 공공연했다. 어쨌든 잔치는 끝났고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향해 잰걸음을 시작했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

김태일 장안대 총장

이제 시선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모이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들여다보니 좀 민망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신묘한 에피소드를 즐기고만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좀 민망하다고 말한 건 지금이 그럴 때인가 싶어서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주목해야 했던 것은 에피소드가 아니라 역동성이다. 국민의힘 전통적 주류를 터전으로 하는 김기현, 중도보수 흐름을 타고 있는 안철수, 젊은이들의 성원을 받고 있는 천아람, 강경 보수세력의 지지를 얻고 있는 황교안 등은 전당대회 무대에서 각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쏟아냈다. 네 사람의 경쟁은 보수정당의 지지 기반을 샅샅이 동원해내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이를 잘 담아낸다면 괄목할 만한 정치적 힘을 만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지금, 민주당의 역동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본격적인 혁신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패배에 대한 진단도 대안 모색도 치열하지 않았다. 질 싸움이었는데 그만하면 잘했다, 이길 싸움이었는데 지고 말았다는 등 동네 말다툼 같은 논쟁만 되풀이하다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성찰을 했다는 기억은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대통령 선거 전략 복기 등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선 당시의 개혁 공약 이행도 지지부진하다.

기껏 노선 논쟁이랍시고 한 것이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느냐 마느냐, 당대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국민이 보면 간절하지도 않은 논의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고비마다 단결과 통합이 지상의 명제로 제시되었을 뿐이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검찰의 칼날이 민주당을 전방위로 위협하는 상황 때문에 민주당은 치열한 내부 논쟁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성찰보다는 위기 대응 전략이 더 중요했다. 칼날을 맨손으로 막아내며 피를 흘리고 있는 형국에서는 단결과 통합은 불가피한 구호라 하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기는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궁극적으로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검찰의 칼에 맞서 싸우더라도 혁신은 필수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드문드문 성찰과 혁신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개혁을 원하는 국민에게는 비전도 전략도 없는 무능한 정당이다. 기회와 권한을 주었으나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 그리고 “강성 지지자만 바라보고 여론만 추수하는 실력 없는 정당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렇다 할 반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일차적 이유는 물론 민주당 대표를 겨누는 외부의 칼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싸움은 싸움이고 혁신은 혁신이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탈탈 털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당당하게 검찰에 나가자는 쪽과 검찰의 불온한 요구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가든 맞서든 뭐가 답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문제는 전술적 과제다.

이와 달리 성찰과 혁신은 전략적 과제다. 민주당은 어떤 가치를 대표하고 있으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민주당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려는가? 이런 질문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대응 문제와 별개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에 역동성이 생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정당이 이렇게 조용하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온 토론 이상으로 뜨거운 논전이 필요하다.

당의 단결과 통합이 위태로운 수준까지 다투는 게 정상이고 바람직하다. 그것을 통해 민주당을 재정렬해야 한다. 싸우면서 혁신하자. 민주당이 새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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