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남이사’는 주야장천 쓰지 말아야 한다

엄민용 기자

우리말 중에는 사람들이 많이 쓰지만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것들이 많다. “너는 주구장창 신세 타령만 하냐” 따위 표현에 쓰는 ‘주구장창’도 그중 하나다. ‘주구장창’의 바른말은 주야장천(晝夜長川)이다. “밤낮으로 길게 이어진 내”라는 한자의 뜻 그대로 “밤낮으로 쉬지 아니하고 연달아”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주야장천’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국립국어원은 ‘주구장창’의 규범 표기를 ‘주야장천’으로 삼고 있다.

사람들이 너나없이 쓰지만 어원을 알 수 없는 ‘주구장창’과 어원은 분명하지만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주야장천’.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표준어로 삼는 것이 옳은지 참 헷갈린다. ‘주구장창’처럼 우리말에는 사람들이 입에 자주 올리지만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말들이 적지 않다. 이런 말을 가리켜 흔히 ‘입말’이라고 한다. “남이사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든 웬 상관이야” 따위 문장에서 보이는 ‘남이사’도 입말 중 하나다.

‘남이사’와 관련해 ‘남의 사(事)’가 변한 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는 “일”이라는 뜻으로, “남의 일에 왜 끼어드느냐”를 줄여서 ‘남의 사’라고 부르던 것이 발음하기 편한 ‘남이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꽤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지만 옛날에 양반님네보다는 일반 백성들이 더 널리 사용했을 이 말이 ‘남의 事’ 꼴로 쓰였다는 것은 조금 억측으로 보인다. 또 ‘일’이라는 말을 썼다면 ‘남의 일이야’보다 ‘내 일이야’로 하는 것이 우리말의 사용법에 더 적합하다.

따라서 ‘남이사’는 ‘남의 사’가 변한 말이 아니라 ‘남이야’의 사투리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남이야 뭐를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라며 쓰는 ‘남이야’ 말이다. 실제로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야’를 ‘-사’로 소리 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제야 왔다”를 “이제사 왔다”로 쓰고, ‘그제야’를 ‘그제사’로도 쓴다.

아무튼 ‘남이사’ ‘이제사’ ‘그제사’ 등은 사람들이 많이 쓰지만 표준어가 아니다. ‘남이야’ ‘이제야’ ‘그제야’ 등으로 써야 한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