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도 공식과 미디어 이벤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전화면접으로 30% 중반, ARS로 40%대로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지난주 보도된 바 있다. 지난해 해외방문 후엔 지지도가 떨어진 적이 있지만, 최근 외교활동 후엔 그렇지 않았다. 정상회담 등의 외교는 일반적으로 지지도를 올린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학술연구들은 지지도가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우선, 국민적 지지는 대통령 추진 정책이 의회를 통과하는 데 압박 수단이 된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로, 지지도가 1% 오르면 대통령 결정의 의회 통과율도 1% 올라간다. 지지도 높은 대통령은 의원입법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해도 큰 파장이 없다. 대통령 지지도는 자당 소속 국회의원이 선출될 가능성과도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대통령 지지도는 성과 평가다. 성과를 내야 지지도로 정책 리더십을 확보해 다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순환 구조다.

지지도 공식의 주요 변수는 경제 등 구조적 문제, 정치 스캔들, 그리고 미디어 이벤트다. 이 가운데 대통령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미디어 노출이다. 최고 권력자가 해외순방, 시장방문, 방송출연 등을 꾸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디로 가고, 어디서 멈추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서 어묵을 먹고, 뭐라고 말할지 등을 세밀하게 선택할 수 있다. 돌발질문 가능성이 있는 기자회견은 피하는 게 좋다. 제3자 개입 없는 자국 시민과 해외 정상 만남을 각국 대통령이 좋아하는 이유다. 한국에선 ‘약속대련’식 기자회견을 열기도 한다. 전략의 요체는 선별적 정보 제공, 즉 정보 통제력이다. 원하는 화면과 말만 퍼뜨리는, ‘일방적’이란 말은 생략하고 ‘소통’이라고 일부 기자들이 보도자료대로 쓰는 바로 그 능력이다.

감각적 속성을 지닌 방송영상 미디어는 잘 짜인 이벤트를 더 화려하게, 더 감각적으로 보여줄 동인을 지닌다. 강대국을 방문해 타군의 힘찬 밴드 연주 속에 사열하고, 해당국 수반의 팔뚝을 툭툭 치며 이야기하고, 보타이 만찬에서 눈과 샴페인을 마주치고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는 모습은 미디어가 놓칠 수 없는 짜릿한 순간들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이런 것들을 ‘대통령 드라마’라고 부른다.

지난해 출근길 문답 스캔들 등은 비통제상황이 위험하다는 공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시행착오로 학습한 윤 대통령은 이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시나리오를 벗어나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한·미 간의 동맹”을 “날조해서 이간”했다는 MBC 등 공영방송사를 통제 구조 아래 넣는 일도 가속하는 듯하다. 정보 통제력이 있으면 경제 문제나 스캔들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 이벤트 효과는 단기적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시청자는 몰입에서 벗어나 곧 새 작품을 찾는다. 대통령들이 외국행 비행기에 자꾸 올라타려는 이유 중 하나다. 여소야대 상황의 대통령이라면 정책 법안을 위해서 야당을 구슬리든지, 아니면 지지도를 크게 올려 압박해야 한다. 그런데 긍정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윤 대통령이 다수 야당과 협치 없이 연거푸 거부권만 행사하는 것이 의아하다. 국회가 필요 없는, 논란의 시행령 정치로 버티면서 미디어 이벤트에 집중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위한 전략일지 모른다. 법률 제·개정을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엔 미온적인 채 ‘공권력 강화’만 강조하는 것은 그가 대통령이 되려던 이유를 궁금하게 한다.

확고한 지지도 법칙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 지지도는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크고 작은 미디어 이벤트가 많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약 80%에서 시작해 40%대로 퇴임했다. 취임 및 퇴임 모두 역대 최고지만 반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 중 집권 초기 지지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윤 대통령이 재임 내 성과도출을 위해선 총선 이후로 구조적 문제를 미뤄둬선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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