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다시 보기

한민 문화심리학자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자 대세다. 데드크로스가 시작된 2020년 이래로 저출생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뿐이다. 2070년이 되면 인구가 30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구 감소를 기정사실이자 대세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출생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다는 사실은 모두 잊은 것일까? 광복 직후 1600만명이었던 남한의 인구는 30여년 후인 1983년에 4000만명을 돌파했다. 폭발적인 인구증가였다. 당시의 인구밀도는 세계 3위. 나라가 터져나간다는 비명이 나올 지경이었다.

한민 문화심리학자

한민 문화심리학자

사람은 넘쳐나는데 살 집도, 다닐 학교도, 가르칠 선생도, 졸업한 이들이 갈 일자리도 부족했다. 사람이 살지 않던 산꼭대기까지 집들이 들어섰고, 한 반에 80명씩 아이들을 밀어넣었다.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대들이 2년에 한 번씩 교사들을 배출했지만 콩나물 교실이라는 말은 1990년대가 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일자리는 없는데 일할 사람은 많았다. 일요일도 없이 하루 15시간을 일하고도 월급을 못 받는 이들이 넘쳐났다. 논밭에는 공장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향했다. 일할 곳이 없는 이들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에는 이유가 있다.

환경오염과 범죄율 상승 또한 인구증가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진달래 먹고 다람쥐 쫓던 산은 개발에 깎여나갔고, 물장구치고 물고기 잡던 개울에는 검은 폐수가 흘렀다. 지금은 세계적인 치안을 자랑하지만 수십 년 전의 도시에는 소매치기, 도둑과 강도들이 들끓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아제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덮어놓고 낳다가는 거지 꼴을 못 면한다’라는 표어가 골목마다 나붙었다. 1960년대 ‘3명만 3살 터울로 35세까지만 낳자’는 3·3·35 운동은 1970년대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1980년대에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로 바뀌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는 이 시기 극심했던 남아선호 사상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인구증가는 계속되었다. 1980년대 후반 한 뉴스 앵커는 부정적인 어조로 “2020년도나 되어야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 후 30년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난리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그동안 인구증가로 인한 부작용들이 모두 사라지기라도 한 것일까?

현시점에서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상태가 기본이고 정상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폭발적인 인구증가는 결코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한국의 인구증가는 현대사회의 발달한 의학과 경제수준, 농경사회의 출산 습관이 이어진 결과였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구조는 농경에서 제조업으로, 제조업에서 3차, 4차 산업으로 바뀌었고, 삶을 규정하던 조건들과 가치있는 삶에 대한 생각들도 전혀 달라졌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피 튀기게 경쟁하던 한국의 지난 수십 년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태도를 더욱 부정적으로 바뀌게 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고 교육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을 생각하면 한 명의 아이도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그전에 지금 같은 노동시간과 직장문화로는 출산과 육아를 위한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렵다.

즉, 현재의 저출생 기조는 그간의 사회변화에 뿌리를 둔 거대한 흐름이다. 이제 와서 갑자기 출산율이 극적으로 상승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현재의 저출생은 인구구조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증가일로의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데는 거의 7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추세는 현대 한국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서 적정선을 찾을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적정인구가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그 시간 동안을 늘지 않는 인구를 보며 절망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물론 현재의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닥쳐올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5000만명의 인구로 유지되던 모든 것들은 바뀌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폭증하면서 겪었던 혼란에 비하면 그러한 변화는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있다. 그리고 우리를 괴롭혀왔던 많은 인구로 인한 문제점들 역시 하나둘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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