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가 용의자?

많은 교사들이 ‘내가 경험한 최악의 학부모’를 말하고 있다. 일부 보호자들의 행패가 일상 전체를 지배하기에 교사라는 사람의 권리(right)를 보장해 달라는, 그걸 침해하는 것으로부터 지켜 달라는 얘기일 거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하청업체 직원들이 당하는 갑질과 유사하다. 모든 비위를 맞춰야 한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고충도 겹쳐진다. 고객불만이 접수되면 이유불문 끝장나는 것처럼, 민원이라는 창구가 목소리 큰 사람에게 오히려 과잉 대표성을 부여하는 현실에 동네북 교사들은 매일 조마조마하다.

오찬호 <민낯들: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저자

오찬호 <민낯들: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저자

이 악성 민원인이 지난 십수년간 학생인권이 강조되었기에 등장했단 말인가? 나쁜 사람들의 ‘믿는 구석’이 괴상한 계급의식, 직업의 귀천을 단호히 구분하는 편견, 학교와 교사조차 별점으로 평가하는 습관이 아니라 인권이라니 당황스럽다. 소비자의 권리 운운하며 식당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들은 ‘권리’라는 단어만 사용할 뿐이다. 내 집 앞에 특수학교가 생기는 걸 반대할 자유가 있다는 사람은 ‘자유’라는 표현만 끼워 넣었을 뿐이다. 학대나 인권이란 말을 ‘악용하기에’ 악의적 민원일 것이다. 이들에게 학생인권은, 수많은 이들이 과거를 반성하며 학생을 평등한 존재로 바라보기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확립한 학생인권과 결이 전혀 다르다. 그들은 그릇된 권리의식을, 학생인권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교권의 사각지대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행사하는 어리석은 인간일 뿐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 많다. 그렇다면 질문은 두 가지다. 미시적으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거시적으로는 무슨 변수가 저런 괴물을 만들었을까.

하지만 정부의 목표설정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강력한 용의자다. 교육부 장관은 인권을 강조해서 교권이 무너졌다며, 지금 학교에선 정당한 칭찬이 차별로 인식될 정도라며 개탄한다. 학생인권을 강조해서 이런 갈등이 생겼다면, 이야말로 슬기로운 과도기다. 정당한 칭찬은 없다. 정당하다고 여기는, 혹은 강제로 합의된 문화적 관습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보험왕 뽑는 보험회사는 문제 될 게 없지만, 교문에 서울대 합격자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다는 건 학교의 존재이유를 일방적으로 전제하는 것이기에 논란이 된다. 성별 고정관념에 기댄 칭찬도 마찬가지다. 이 갈등, 교육공동체가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한 시대적 과정으로 해석하는 게 마땅하다.

문제는, 이게 맥락까지 담아내지 못하는 짧고 딱딱한 규범의 형태가 되자 교사가 궁지에 몰릴 틈이 생겼다는 거다. 기분 나쁘면, 응징할 수 있는 최대치의 방법을 어떻게든 찾겠다는 이에게 교사는 너무나도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나한테 잘못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며 으르렁거리는 그 공격성, ‘학생인권’이 만든 게 아니다.

곳곳에서 ‘학생의 인권만 강조되어서’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한다. 앞으로 학생은 상처를 숨길 거다. 학교에서의 고충을 말한들, ‘요즘처럼 좋아진 세상에서’ 누가 인정해 주겠는가. 교사는 성찰할 기회를 잃을 거다. 교사를 향한 정당한 반론조차 투박한 인권교육의 부작용으로 인식하지 않겠는가. 분명한 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릴 때 인권의 개념을 접했기에 더 슬퍼하고 분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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