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엇이 중한가 ‘셀럽 놀이’? 인사검증?

김민아 칼럼니스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당초 ‘주식 파킹(제3자에게 지분을 맡기는 행위)’ 의혹에 휩싸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쓰려던 참이었다. 관련 기사와 자료를 살필수록 허망해졌다. 그럼, 12·12 쿠데타는 “나라를 구하러 나온” 것이고 이완용(의 친일행각)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에다 ‘사진 찍지 마! XX 찍지 마!’로 유명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공직후보자 개개인에게 따진다고 달라질 건 없다. 묻기로 했다. 구글링만 해도 나올 의혹을 몰랐거나 눈감은 채 ‘1차 검증’을 마쳤다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그 책임자 한동훈 장관에게.

윤석열 정부의 인사 추천·검증은 ‘①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의 추천→②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③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2차 검증’ 순으로 이뤄진다. ①의 복두규 인사기획관·이원모 인사비서관, ②의 한 장관, ③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모두 검찰 출신이다. ‘끼리끼리’ 크로스체크가 될 리 없다는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1차 검증을 담당한 법무부는 김·신·유 후보자의 과거 행적·재산에 대해 몰랐나, 아니면 알고도 통과시켰나. 몰랐다 해도 문제지만, 알고 통과시켰다면 더 큰 문제다. 주식을 시누이에게 맡겨도, 쿠데타를 미화해도 장관 자격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인사검증 업무에 대해 민정수석 등에게 질문해본 적 있나. 없을 것이다. 이제 이게 가능해지는 거다.” 한 장관은 지난해 인사정보관리단이 창설될 무렵 이렇게 말했다. 국회와 감사원, 언론의 감시를 받게 돼 투명성이 강화된다는 취지였다. 출범 이후엔 “(인사검증과 관련해)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제가 다른 종류의 책임을 져야 될 상황도 생기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올해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하자 180도 달라졌다. 법무부는 더불어민주당 조사단의 인사정보관리단 방문 요청에 응답하긴커녕 사무실 소재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한 장관은 “정무적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책임지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잘랐다. 책임감은 느끼지만 책임은 안 지고, 인사검증 권한은 챙기되 검증실패 책임은 나몰라라 하겠다니. ‘꽃보직’이 따로 없다.

신호는 초기부터 감지됐다.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 이후 최초로 검증한 공직 후보자는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였다. 송 후보자는 ‘제자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고, 윤 후보자는 스쿨존 과속을 포함해 8차례 교통법규 위반으로 과태료를 낸 사실이 드러났다. 송 후보자는 지명 엿새 만에 사퇴했다. 첫 검증부터 낙제점이었지만, 한 장관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리더의 책무 가운데 대체불가능한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저서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목표의 언어화’와 ‘의사결정’이다. 목표의 언어화란, 리더가 집단의 목표를 구성원들에게 분명하게 기술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부라는 주요 부처의 리더이자 윤석열 정권의 핵심 관료로서, 한 장관에겐 언어화할 수 있는 목표가 있나. 취임 1년이 넘었지만 주권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있다면 혹여 제1야당을 조롱해 ‘열받게’ 만드는 일인가.

한 장관은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출입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다. 내용은 다양하고 태도는 거침없다. 기자들은 이를 ‘국회스테핑’(국회+도어스테핑)이라 부른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도 빈틈없다. 주디스 버틀러 미국 UC버클리 석좌교수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생활동반자법은 시기상조라는) 한동훈 장관,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 한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반박문을 법무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광복절인 8월 15일 밤 9시12분이었다.

“저는(…) 국민 설득할 자신 있으면 정면으로 논의하자는 말씀을 더불어민주당에 드린 바 있다. 그러니, 경향신문이 민주당에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부처 공식 계정에서 ‘저는’ 이란 표현도 낯설고, 언론 보도를 반박하며 야당을 언급한 것도 이상하다.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이 휴일 한밤중에 입장을 밝혀야 할 만큼 화급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한 장관이 야당 조롱과 국회스테핑과 ‘셀럽 놀이’에 열중하는 사이, 인사검증 같은 본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당장 장관직을 버리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편이 낫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윤허’가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못 하는 건가.

사족. 김행 후보자에게도 한 말씀 드린다. 정순신 변호사 낙마 이후 김 후보자는 공개적으로 말했다. “만약에 인사청문회가 있었다면 본인(정순신)이 거절했을 거예요. 본인이 본인을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2월28일 KBC 여의도초대석).

김 후보자도, 본인이 본인을 가장 잘 알지 않나.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퇴장)’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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