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포스코홀딩스(홀딩스) 주식 외국인 지분율이 반토막 났다. 외국인 지분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2월 이후 2022년 3월2일 홀딩스 출범까지 외국인 지분율은 69%에서 53% 사이를 늘 유지해왔다. 그러나 홀딩스가 출범하고 1년이 지난 2023년 3월부터 급격히 낮아지다가 지금은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역대 포스코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에 적극적이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급격한 감소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일부 투자자는 홀딩스 출범 후 주식가격이 주당 30만원대에서 76만원까지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이 한 요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SK하이닉스 등 대한민국 간판 기업들의 주가도 등락을 거듭했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늘어났다. 특히 LG화학은 알짜 사업을 자회사(LG엔솔)로 분할 상장한 여파로 주가가 주당 105만원에서 48만원으로 반토막 났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44%에서 43%로 큰 변화가 없다.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것은 그 기업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졌다는 심각한 위기 신호다.
홀딩스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ESG 관점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ESG 관점에서 시장 신뢰 잃어
우선 거버넌스(G) 관점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이사회와 최정우 회장의 식언이다. 홀딩스 출범을 위한 임시주총(2022년 1월28일)을 코앞에 둔 1월5일 최 회장은 주주서한에서 “연결 배당성향 3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지주사 홀딩스 출범 후 철강 포스코의 물적분할(상장)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커지자 주주 달래기용으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홀딩스 출범이 주총에서 승인되자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30%에 훨씬 못 미친 19.4%를 배당했다. 더 큰 문제는 이후 과정이다. 3월18일 정기 주총에서 최 회장은 “정확하게 30% 의미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언론보도). 거버넌스의 또 하나 문제점은 홀딩스 본사 소재지 변경이다. 홀딩스(지주사)를 출범하면서 본사 소재지를 서울로 했는데, 이후 포항 지역의 반발로 1년 뒤인 2023년 3월 주총에서 포항으로 변경했다. 출범 때 문제의 소지를 없애야 했다. 외국인 주주들의 신뢰를 잃은 이 모든 결정들은 사외이사들이 주축인 이사회(G)의 사전 승인 사항이었다.
환경적(E) 측면에서도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철강회사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축은 시장은 물론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다. 포스코(철강)는 쇳물 생산 1t당 CO2 배출량 목표 2.0(tCO2e/ton)을 2017년 이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2018년 대비 탄소 감축 목표인 2030년 10%+α 감축도, ‘불과 5년 후 25%나 늘어난’ 2035년 30% 감축 선언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회사 또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를 못하고 있다.
인권경영(S) 측면도 시장의 우려는 심각하다. 2022년 6월, 20대 여성이 사내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고소인에 의하면 남성 4명이 3년 동안이나 갖은 성폭행과 추행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주주들은 회장의 조속한 사과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2주나 지난 후에 포스코 부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중대재해 또한 너무나 심각하다. 지난 6년간 포항·광양 제철소와 포스코이앤씨(건설)에서 일어난 중대재해자 수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경영의 심각성에 대한 반성과 대책이 2022년 성 윤리 위반 건 외에는 ESG 보고서에서 보이질 않는다.
홀딩스 출범은 포스코가 철강 기업에서 2차전지(미래 소재) 사업으로 본격 탈바꿈한다는 선언이었다. 회장도 2022년 주주서신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2차전지 소재 및 그 원료가 되는 리튬·니켈 사업과 수소 사업은 지주회사의 역량이 집중되어야 하는 분야”라 했다. 기업이 새로운 경영 환경에 대비해서 전략적 변신을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철강산업 중요성 재인식해야
문제는 포스코 탄생의 역사적 배경이 있고 국가적 미션이 있는 철강사업을 조락(凋落)시키면서 왜 신사업을 하는가이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것은 산업 초창기 철강과 전력 산업에 집중 투자한 덕분이다. 자동차·조선·가전·기계산업·K방산은 양질의 철강과 전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철강사업의 전방효과는 3.08로 석유화학(2.17), 자동차(1.1)보다 월등히 높다. 후방효과도 철강은 1.4로 자동차(1.29), 조선(1.21)보다 높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포스코는 홀딩스를 출범시키면서 철강사업에는 족쇄를 채웠다. 우선 자회사 포스코(철강)는 증권시장에 상장을 못하도록 정관에 못을 박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작년 7월11일 ‘포스코그룹 2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에서 정기섭 홀딩스 사장은 “향후 3년간 포스코그룹 전체 투자비의 46%를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쏟아부어 2026년부터 이익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는 현재 소재 사업이 이익이 안 나고 있고, 앞으로도 이익이 안 나면 철강에서 번 돈을 계속 소재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외국인 주주의 주식 매도는 그 이후 급속도로 가속화됐다.
탄소중립 시대, 철강산업은 국가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의 핵심은 양질의 재생에너지(그린수소) 확보에 달렸다. 유럽연합(EU)은 8년간 853조원, 미국은 8년간 480조원을 탄소중립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철강에만 30조원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30년까지 저탄소·친환경 철강에 1410억원, 수소환원철강 R&D에 향후 3년간 270억원 지원에 불과하다.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자금은 68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은 중요하지만 포스코 아닌 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만이 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그린수소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시장의 신뢰가 있어야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 것이다.
<김경식 ESGESG네트워크 대표·<착한 자본의 탄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