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게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습니다. 제가 데리고 산책해보면, 의젓해서 누구에게나 칭찬받고 작은 강아지들과 인사도 잘하는 착한 녀석인데, 고등학생인 제 누나들과 산책할 때는, 행인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진돗개를 닮은 덩치 큰 개가 등줄기에 하얀 털을 곧추세우고 으르렁거리면 저라도 흠칫 놀라겠습니다. 순둥이 나비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갯과 동물의 행동학에선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란 개념을 차용해 설명합니다. 긍정, 부정, 강화, 처벌로 구성된 조건화를 말하는 건데, 원하는 행동을 한 동물에겐 좋은 자극을 주거나 나쁜 자극을 제거해줌으로써 보상해 그 행동을 강화하고, 원치 않는 행동을 한 동물에겐 나쁜 자극을 주거나 좋은 자극을 제거함으로써 처벌해 그 행동을 교정한다는 원리입니다. 가령, 자동차에서 안전벨트를 맬 때까지 경고음이 울리도록 하는 것은, 원하는 행동이 일어났을 때, 나쁜 자극을 제거해주는 것이니 ‘부정강화’에 해당합니다. 반면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보너스를 줘 독려하는 것은 원하는 행동에 좋은 자극을 더한 것이니 ‘긍정강화’입니다.
나비의 경우, ‘의도치 않은 긍정강화’가 일어났나 의심되었습니다. 나비가 사납게 굴고 짖어댈 때, 나비 누나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세히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목덜미를 안고, 쓰다듬어가며 “하지 마아. 안 돼에” 열심히 말린다더군요. 나비에겐 이렇게 들렸겠지요. “우리 나비 용감하다. 누나를 지켜줘서 고마워. 다음엔 더 사납게 짖어줘.”
지난 1월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은 대통령에게 국정기조의 변화를 요구했다가,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과잉경호라는 비판이 일었고 대통령의 사과와 경호처장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16일,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신민기씨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항의했다가,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카이스트 학생과 교직원 모두는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였고, 동문 일동은 경호처장과 폭력행위자들을 고발하였습니다. 지난 33년간, IMF 외환위기 시절 어려운 나라 형편에도 꾸준히 늘려왔던 예산이고, 그 덕분에 한 세대 한 세대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만들어왔으니, 현 정부의 R&D 예산 삭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두 사건 사이에는 ‘긍정강화’의 조건화가 있으리라 의심케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 나비와 누나들 사이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오해가 있었다지만, 대통령과 경호처, 말도 통하는 사람들 사이의 ‘긍정강화’는 왜 일어났을까요? 말이든 눈빛이든, 누군가 “우리 경호원들 용감하다. 대통령을 지켜줘서 고마워”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무리를 향한 긍정강화는 ‘경쟁’을 유발합니다. “내가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면, 내가 끌고 나갈 수 있었는데” 혹은 “얼른 가서 다리 하나쯤 내가 들걸” 하고 후회하고 있을 경호원을 상상하면 끔찍하지만, 대통령을 향한 정부, 여당, 언론, 각각의 충성경쟁을 보자면, 허무맹랑한 억측은 아닙니다. 나비의 나쁜 버릇은 적절한 처벌과 강화를 통해 금방 고쳐지겠지만, 저 사람들,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