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송혁기의 책상물림]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축구 아시안컵 대회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를 찾아가 사과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용서를 구했음에도, 손흥민 선수가 다정하게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고 호소했음에도, 많은 이들이 현장에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여전히 인성을 논하며 험악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 반응이 사그라지지 않는 데는, 때를 놓칠세라 속출하는 가짜뉴스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분석 업체의 보고에 의하면 2주 동안 유튜브에 올라온 이강인 관련 가짜뉴스가 361편이고 조회 수가 7000만회에 달하며, 그로 인한 수입은 7억원으로 추정된다. 당시 현장의 영상이 있다는 낚시질부터 이강인 선수의 280억 계약이 해지되고 군 면제도 취소되었다는 따위의 황당한 섬네일들이 금전적 이익을 위해 양산, 유포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인공지능과 디지털 미디어가 가세함으로써 그야말로 점입가경의 모양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오늘, 가짜뉴스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주주의와 미래세대의 삶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했지만, 가짜뉴스 대응에 실효를 거두기는 대단히 어렵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수요의 억제일 텐데, 확증편향에 갇힌 대중이 자신의 맹신과 불신을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한 가짜뉴스의 창궐을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기존 언론마저 가짜뉴스에 잠식되거나 심지어 편승하는 마당에 대중의 각성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바꿀 수 있고 그것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가진 생각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대화할 수 있고 더 옳은 면이 있다면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마음 자세. 참으로 어렵기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공자가 무엇보다 싫어한 것이 고집(固執)이다. 언제든 중심을 옮길 수 있어야 진정한 균형이 가능하다. 가짜뉴스의 홍수에 떠밀려가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내가 잡고 있는 것만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수시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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