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리스크와 ‘미완의 부활’ 조국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대파 한 단 값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한 민생쇼는 한바탕 큰 웃음거리였다. 민생을 탐방하고 민생토론회를 24회나 진행했다는 최고권력자가 얼마나 민생경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무지·무능·불통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수도 보수 나름이다. 수구(守舊)에만 집착 말고 시대과제와 마주해 합리적 방향으로 보충하고 고쳐지음으로써 제 소임을 할 수 있고 중도층을 품는 포괄적 정당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정치사에서 전향적 보수의 사례는 적잖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는 원래 수구적 성향이 강한데 특히 현 정권은 너무 퇴행적, 반동적이다. 이 정부 출범 때 나는 윤석열 리스크를 경고하면서 그 ‘최대 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대체 이 정부가 할 줄 아는 게 뭔가? 윤석열 리스크 넘버1은 내로남불이다. 권력의 사유화와 무도한 오남용으로 제 식구를 감싸고 스스로 내건 공정과 법치를 짓밟아 자기 발등을 확실히 찍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에 이어, 채모 상병 사망사건의 수사 외압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 출국시킨 사건이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언론을 향해 ‘회칼 테러’ 협박을 가한 사건은 내로남불형 권력의 오만과 무도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넘버2는 정치적 경쟁자와 비판자들을 종북세력으로 내모는 종북 타령이다. 이 추악한 타령은 특히 수세로 몰릴 때 발동되는데 최근 “선거에 지면 윤 정부는 끝나고 종북세력이 이 나라 주류가 될 것”이라 한 한동훈의 궁색한 발언도 이 흘러간 옛 노래의 재탕이다. 종북 타령과 함께 쌍으로 이 정부가 하는 일은 남북 간 긴장 고조와 전쟁위험 조장이다.

넘버3는 줄푸세 타령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과 산업경쟁력 제고, 국민 삶의 안정과 복지 증진,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어느 때보다 공공국가의 책임이 막중하고 대규모 공공투자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부자감세, 시대착오적 긴축재정, 규제완화와 불로소득자동맹 퍼주기 일변도로 나아가 국가와 사회의 공공성을 죽이고 불평등과 분열을 심화시킨다. 남발하는 개발공약비용 대책도 없다.

언급한 윤석열 3중 리스크 중 정치적 타격감이 가장 큰 것은 1번으로 나타났다. 권력의 오남용과 공정에 대한 확실한 배신행위가 정권심판론을 우세하게 했다. 민주당에 반전기회를 줬을뿐더러 무엇보다 조국이 반사이익을 얻어 부활할 기회를 제공했다. 조국 부활의 1등 공신은 윤석열이다. 과거의 윤석열이 공정의 이름으로 조국을 죽였다면 오늘의 윤석열은 공정 배신과 그 무도함으로 조국을 살려냈다. 사람들은 조국혁신당이 윤 정부와 가장 잘 싸울 거라는 이유로 지지한다. 만약 윤 정부가 정상적·합리적 보수의 길로 갔다면 조국에게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진보정당의 부진이 추가적 요인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정치적 재기를 도모한 조국의 특출나게 강한 멘털도 빼놓을 수 없다.

조국의 부활을 어떻게 볼까. 명분이 약한 명예회복을 꾀하는 복수전이라든가, 조국의 흠이 윤석열·한동훈의 흠보다 크지 않다든가, ‘처벌받은 내로남불이 처벌받지 않은 내로남불을 심판하는 형국’(최병천)이라는 등 분분하다. 내 눈에 비친 조국의 부활은 양가적이다. 정권심판론이 우세해지고 여기에 조국혁신당이 큰 역할을 한 것은 실로 다행한 일이다. 정말 3년은 너무 길다! 하지만 조국은 20대의 지지가 미미한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자신의 흠결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의 미래비전이 뭔가 하는 큰 문제가 있다.

적개심만으로는 부족하다. 노회찬의 꿈을 계승한다는 조국의 말은 얼마나 진정성이 있나? 최근 ‘한국복지국가의 진로를 묻다’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조국혁신당의 사회정책공약에 대해 “보건복지 현안에 대한 미진한 분석과 안일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선언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약이 개혁적이고 정책설계의 구체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녹색정의당과 대비된다.

촛불 이후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무너져 권력을 넘겨준 아픈 경험을 잊지 못한다. 이 실패에는 조국의 책임도 크다. 전철을 안 밟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출생률 꼴찌, 자살률 1등의 나라,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 위기까지 우려할 지경이 된 병든 나라에서 윤석열 리스크를 넘어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책임 있는 새 공공국가를 탈환해야 한다. 조국의 부활은 미완이다.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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