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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찍을 후보를 얼마나 알고 있나

조경숙 IT 칼럼니스트

평소 만날 일 없던 정치인들을 거리에서 자주 보니 지금이 선거철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주요 사거리마다 후보의 얼굴과 정당의 색깔이 부각되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곳곳에 원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후보자의 홍보물을 들고 걸어다닌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눈에 띄는 것에 비해 후보자가 어떤 정치를 추구하는지는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누군가는 홍보물의 첫 장에 정책 방향성이 아니라 ‘심판’이라는 단어를 배치했고, 또 누군가는 다른 정당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자신의 슬로건으로 걸었다. 홍보물에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희망찬 메시지보다 다른 정당에 대한 적개심이 더 진하게 인쇄된 듯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그렇다고 시민들마저 이러한 흐름에 휘말리는 건 아니다. 후보자들이 정책을 말하지 않자, 어떤 이들은 자신의 팔을 걷어붙이고 후보자들에게 정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정한 사회문제 혹은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직접 따져 묻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바로 기술을 통해. 몇몇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 웹사이트를 만들고, 후보자의 정보를 찾아 그들에게 질의하는 e메일을 보냈다. 그러고선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후보자의 답변을 공개했다.

그중 먼저 소개할 것은 Call22nd(call22nd.works)다. 22대 총선 후보자들에게 묻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개발자 그룹 ‘널채움’과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셰도우핀즈’가 함께 만든 이 웹사이트에는 비동의 강간죄 개정을 찬성하는 후보자들의 이름이 또박또박 쓰여 있다. 총선 후보자들에게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묻고, 결과를 모은 프로젝트다.

‘Call22nd’가 비동의 강간죄 개정이라는 입법 사안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면, 비영리단체 ‘뉴웨이즈’가 개발한 웹사이트(promise.newways.kr)는 기후위기, 주거, 청년 등 정책 영역에 대해 질의한 프로젝트다. 뉴웨이즈는 후보자가 내거는 공약이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정책 공약이라는 뜻을 담아 ‘역공약’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개별 정책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들을 웹사이트에 모아두었다. ‘예/아니요/무응답’ 정도만 단순하게 선택한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질문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살뜰하게 작성한 후보자들도 있다. 우리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는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고 있는지, 누구든 위의 웹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의 정보를 공개하는 팀 ‘오픈와치’에서는 총선을 맞아 후보자들의 범죄 이력, 체납액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특별 페이지(election24.openwatch.kr)를 만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제공하는 정보이지만, 그곳에선 모든 후보자의 정보를 한번에 살펴보기 어렵다. 오픈와치에서는 복수의 후보자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편리한 UI를 제공한다.

위의 웹사이트들은 우리의 표를 받는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취지로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선 사례다. 이번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제각기 다를 테지만, 그 마음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지금 사람을 국회로 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후보자들에게 계속 따져 물어야 한다. 당신은 대체 누구이고, 무엇을 추구하며, 왜 선거에 나왔느냐고.

물론 질문은 우리 자신에게도 향해야 한다. 나는 내가 표를 줄 후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비단 소속 정당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향하는 정치를 잘 알고 있을까? 투표소로 향하기 전,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바라는 세계는 무엇이고, 그 모습을 가장 잘 만들어낼 후보는 누구인지를. 국회로 가는 건 분노, 실망, 견제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다.

조경숙 IT 칼럼니스트

조경숙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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