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3월 초, 김포시 공무원이 항의성 집단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숨진 공무원은 도로 포트홀 보수 공사를 담당하던 중 도로 정체가 빚어지면서 시민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카페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해당 공무원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고, 욕설 전화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포시를 비롯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었던 공무원의 성명, 업무명, 직책을 비공개로 변경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부서 출입문 앞 직원 배치도와 사진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러한 정책은 합리적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에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1호에 따른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한다. 예외적으로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개인정보에서 제외된다. 홈페이지 등에 공무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정보공개청구로 공무원의 성명 및 직위를 공개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공개포털과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을 검색해 보면 공개된 문서로 업무별 공무원 성명과 직책을 찾는 방법도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더욱 문제는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업무규정 제63조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장은 주요 정책의 결정이나 집행과 관련되는 일에는 정책실명제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정책실명제에는 주요 정책의 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한 관련자의 소속, 직급 또는 직위, 성명과 그 의견을 기록해야 한다. 행정기관의 장은 정책실명제 사업의 추진 실적을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공무원의 성명과 담당업무, 직책을 비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이동통신사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폭언·욕설 등에 관한 경고 메시지를 상담신청인이 의무적으로 청취토록 하는 것과 통화 녹음을 의무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민원인 횡포 전담 부서를 신설해 종합적으로 대응하거나 공무원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청원경찰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공공기관마다 정보공개청구가 급증해 공무원들이 힘들어하는데, 이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1월 국회에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안은 유사한 정보공개청구를 할 경우 최초의 경우 종결처리 사실을 청구인에게 알려야 하지만 그 이후 반복 청구에 대해서는 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사회통념상 과도한 청구를 할 경우 해당 청구를 강제종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공개청구 내용이 유사하거나 양이 방대할 경우 청구인에게 통지하지 않고 공무원들이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이 안은 행정안전부가 정부입법안으로 준비했던 것이어서 22대 국회에 다시 제출될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최근 뉴스타파가 전국 검찰청에 특수활동비 내역 등을 공개토록 한 적이 있는데, 이를 다른 시민이 연도만 바꿔 청구한다면 위 법조항으로 종결처분될 가능성이 높고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통념상’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알권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 무서운 조항이다.

물론 개인이 공공기관에 부당한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정보공개심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처리하거나 민원으로 이첩하면 된다.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일을 해결하려고 하니 결론은 산으로 가는 것이다. 미봉책은 또 다른 혼란을 부른다. 정부는 공무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할 방안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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