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소금의 잃어버린 10일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지난 4월15일 울산의 소금 생산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법대로 사고가 발생한 작업을 중지시키고 조사와 대책 마련을 진행했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이 소금이 정제염이라는 데 있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직접 끌어와 불순물을 걸러내고 끓여 만든 소금인데, 정제염을 생산하는 업체가 한국에 단 한 곳이다. 1979년 정제소금을 생산했을 때만 해도 공기업이었지만 1987년 민영화되었다. 이후에도 한주소금은 정제염을 생산하는 유일기업으로 독점권을 누렸다.

사고는 1년에 한번 시행하는 대규모 계획예방정비(오버홀) 중 발생했다.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해수 취수시설을 정비하던 잠수사가 잠수작업 중 에어호스가 스크루에 감겨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내가 알 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 아무리 기사를 뒤져봐도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을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2011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마련한 ‘잠수작업 안전기술지침’에 따르면 최소 3명이 작업을 해야 한다. 바다 위에서 작업을 감독하는 잠수감독관, 잠수사의 안전을 근거리에서 책임지는 보조사, 그리고 잠수사가 3인 1조다. 1명이 작업하는 데 2명의 안전담당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작업이기 때문이다. 에어호스가 엉킬 때를 대비해 호스를 자르고 탈출할 수 있도록 절단 칼도 필요하다. 2021년 마련된 또 다른 잠수 관련 안전지침에는 호스를 통해 공기를 공급받는 경우라도 비상시를 대비해 산소통을 메고 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모든 안전조치들이 이뤄졌는지, 무엇이 실행되지 않았는지 정부와 언론은 어떤 정보도 제공해주지 않았다.

대신 거의 모든 경제지들이 노동부가 내린 작업중지가 국내 정제염의 70%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생산물량의 중단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식품기업이 손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주)한주가 소금을 공급하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상, 농심, 오뚜기, 롯데제과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연쇄적인 생산 중단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언론들이 공포스럽게 조장한 ‘소금대란’은 기업의 일시적 생산 차질에 불과하다. 국내 정제염이 부족하면 수입 정제염을 사용하면 된다. 식품포장지에 주요 성분의 원산지 표시를 바꾸는 ‘봉지갈이’와 같은 부수적 추가비용이 언론과 식품업계가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소금대란’의 실상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는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그동안 기업은 재발방지 대책을 제출한다. 작업중지는 기업이 위험을 파악하고 안전대책을 세우는 시간이다. 그때까지 사고가 발생한 작업은 중지된다. 노동자와 정부는 안전을 확인하고 기업은 안전을 약속하는 최소한의 과정이다. 작업중지 기간은 지난 3년간 평균 40.5일이었다. 그러나 식품업계의 압력으로 한주소금의 작업중지는 10일 만에 풀렸다. 재발방지 대책이 얼마나 부실했으면 ‘조건부 해제’라는 묘수를 동원했는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유가족이나 동료 노동자의 제보가 없었을까. 중대재해를 열심히 보도해온 언론들도 이 사건을 지나쳤다. 그사이 작업중지 절차는 유명무실해졌고, 소금 관련 주식은 급등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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