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정치인에게 주는 교훈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현 정권의 남은 3년은 불확실성만 가득 차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리더십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국무회의를 통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다 더 낮은 자세와 더 많은 소통”이 여당 총선 참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었지만 그 첫 시험대였던 영수회담 이후 정국은 더 꼬여버렸다. 아주 좋게 봐서 관료 중심으로 일상적인 국가 운영은 이루어진다고 치자.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개혁과제는 국회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특히, 불안한 대통령을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시간을 보낼 여당보다는 야당 의원들이 힘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의원들이 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하자. 총선 이후 심지어 보수언론도 지적을 했는데, 도대체 현 정권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 국정기조라는 자유·공정·상식은 그냥 추상적인 논(論)일 뿐이다. 시대정신은 필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천 계획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의 더 빠르고 더 강력한 경제 회복(build back better), 일본 아베 내각은 잃어버린 20년에서 빠져나올 일본재흥이 시대정신이었다. 그리고 둘 다 단기 경기부양정책과 중장기 경제성장정책의 패키지를 제시했다. 바이든은 미국구조계획·미국일자리계획·미국가족계획 등 3대 축에 반도체과학법·우주산업법을 더했으며, 아베는 확장통화정책·완화재정정책·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제구조 개혁 등 3개의 화살을 쏘았다.

결국 현 정부가 이렇게 공허한 쳇바퀴를 도는 건 설득과 타협을 통해 고생하면서 법 하나 통과시켜보지 않은, 추상적인 철학만 설파하는 대통령이 연출한 비극이다. 각종 대화에서 토크점유율 80% 이상을 가져가는 아는 것 많은 대통령의 비극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르다. 의원들도 300명 중에 20%만 일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가 있다. 의원임기 4년을 본인이 하고 싶은 일 없이 바쁘게만 지내지 말자. 만약 백지상태라면 자존심 접고 배우면 된다.

둘째, 한국에 맞는 과제를 잡자. 국회의원의 역할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해외 사례를 참조하게 되고 이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 리더가 미국·유럽 리더들의 추상적이지만 멋있어 보이는 한 줄 문장에 집착하고, 미국·유럽의 제도 그 자체에만 집착하게 되면 한국에서의 구체적 실행 계획은 꼬이게 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경제학자인 미국 자유시장경제의 대가 밀턴 프리드먼에 꽂혀서 연설 때 자유만 수십 번 반복했다. 그의 이론이 현재의 한국 경제에 적합한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이다.

맨날 시장경제를 외치는 윤 대통령은 현실에서 허약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강한 경제체제인데 윤 대통령은 중요한 문제를 시장에 맡겨 놓고선 복잡한 한국의 현실을 감당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집권 초 레고랜드 관련 지방공공채권 부도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했으며,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한전 적자 문제는 건전재정을 한다며 전기료부터 급격히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뒤늦게 물가 잡는 ‘빵·라면 사무관’까지 등장시키면서 적극적 시장개입으로 선회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대파문제까지 터졌다. 최근 일본의 주가상승에 꽂혀서 던진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도 보자.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한 주가상승을 위해 정부가 법·제도를 개선할 듯하다 결국은 기업의 자율공시에 맡겼다. 주식시장에선 실망감만 증폭되고 있다.

한국에서 추상적인 “작은 정부 대 큰 정부”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사회복지가 부족한 작은 정부이기도 하지만, 관료의 힘이 강하고 공공부문 비중이 높은 큰 정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정부에 대해 양면적인 감정을 가진다. 갑질하는 공무원은 싫어도 작은 정부를 원하지는 않아 보인다는 말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 심화, 우파 포퓰리즘의 발흥, 지정학적 위기,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 축소는 현실성이 없다. 다만, 사회관계망을 중심으로 전문가가 넘쳐나는 사회이다. 어설픈 정책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정책결정자의 진정성도, 숨겨진 의도도 금방 파악한다. 자유·공정·상식 등 뜬구름 잡는 시간에 정책의 약점을 보완하는 게 상책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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