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유감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9개월 만이기도 하거니와 22대 총선에서 대패를 한 뒤라서 시민들은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그동안 불통으로 비쳤던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임하는 자세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70여분 동안 145명의 기자가 참석해서 20개 언론사의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으니 나름 형식을 갖췄다고 자평할지 모른다. 그런데 형식에서나 내용에서 좋은 평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형식을 살펴보자. 대통령실은 주제 제한 없는 질의응답 형식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치 분야 30여분, 외교와 경제, 사회분야를 각각 10여분씩 진행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결국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을 집중 질문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추가 질문의 기회도 거의 없었다. 대통령의 일방적 해명을 듣는 기자들의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MBC, JTBC, 채널A, MBN 등이 분야별로 시간 배분한 형식이나 제한된 질문 기회만 주어진 기자회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질문 기회를 145명의 기자에게 일일이 다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같은 계열인 조선일보와 TV조선에는 질문 기회를 주면서 대표 공영방송인 MBC에는 기회를 주지 않은 것까지도 적절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교 안보 관련 질문 기회가 외신기자에게만 주어진 것도 심각한 문제다. 외교는 국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외신기자를 배제하는 것도 적절치 않지만 대한민국 국익 관점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남북 현안, 야후라인 문제와 같은 대일 굴욕 외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세계적 현안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묻는 국내 기자들의 질문이 필요했다.

원론적인 질문과 대답도 문제였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검찰이 밝힌 전담수사팀 구성과 조속 처리를 등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의견이 어떤지 포괄적으로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다. 수사가 미뤄지다가 갑자기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뭔지, 김건희 여사 직접 조사가 가능한지 등을 질문했어야 했다. 원론적 질문엔 ‘제대로 수사하겠다’ ‘그래서 특검법을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원론적 답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질문 등 다른 주제 질의응답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145명의 언론사 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장악과 기형적인 운영, 공영방송 장악, 기자 압수수색, 과도한 심의를 통한 언론 압박, YTN 지분 매각을 통한 사영화 등등 언론 자유 관련 질문이 없었다는 점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43위였던 순위가 62위로 떨어졌다.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양호’에서 ‘문제 있음’ 집단으로 떨어진 점이다. 더군다나 이번 평가는 시기상 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벌인 과잉 ‘심기경호 심의’ 결과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니 내년엔 더 추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언론 자유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알아서 조심한 것일까? 대통령실이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준 것일까? 어느 경우든 이번 기자회견은 핵심을 비켜갔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 자유 관련 질문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다던 BBC 기자의 오마이뉴스 인터뷰 발언에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도 제반 현안 관련에 원론적인 질문에 머물렀던, 그리고 심지어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언론 현안조차 질문하지 못했던 기자들이 우리 언론 전반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당한 압력에 저항하는 뜻있는 언론인들이 더 많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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