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의 시급한 과제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한국 미술계는 장단기 계획 아래 논의할 부분들이 상당하다. 시급한 과제도 산적했다.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며 창작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AI’도 그중 하나다. 육체노동의 보완에서 인지 영역으로 확장된 AI는 급기야 자발적 능동학습을 통한 인간 고유의 의식과 영감, 감정을 흉내 내는 단계로까지 이르렀다. 이쯤 되면 미술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는 인공지능이 촉발한 예술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심도 있는 토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나치게 헐값인 예술인 보수에 대한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게 평론가 원고료다. 약 한 달 내외의 시간이 투입되는 정신적·육체적 노동의 대가치곤 국공립미술관을 포함한 미술 관련 공공기관들의 평론비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작년 10월 광주비엔날레는 30만원의 평론비를 비평가들에게 제시했고, 지난 4월 전북도립미술관이 밝힌 평론비 역시 25만원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거의 착취에 가깝다. 특정인, 특정기관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매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평론가들에겐 ‘0원’에 근접한 실질임금과 문화권력이라는 이미지를 교환해온 그들의 습관은 사실상 평론계 붕괴의 원인이다.

문화예술계에 난입해 자신의 홍보에 치중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근절 대상이다. 광주부시장이었던 김광진이 출연한 2023년 광주비엔날레 홍보영상(비엔나소시지 영상)에서 보듯 전시가 정치 권력자들의 무대로 변질된 사례는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공식 개막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광주광역시 등의 정부기관 및 지자체가 마련한 여러 특별전이 열렸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썼고 각 기관장들은 현지로 날아갔다. 하지만 내용은 정치인들의 치적용 관제전시라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현장을 찾은 한 기자는 지난달 18일 진행된 특별전 개막식 소식을 전하며 “전시를 주최한 아르코의 정병국 위원장이 박카스병을 꺼내들고 간이 퍼포먼스를 하면서 주인공처럼 부각됐다”고 썼다. 가장 중요한 기획자는 뒷전이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펼쳐진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한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들의 뜬금없는 시가행진과 기념촬영도 눈총을 받았다. 베니스에 광주정신을 알린다는 취지였지만 길거리에서 징을 치고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광주정신이 산포되는지에 대한 의아함이 더 컸다. 더구나 광주비엔날레는 이미 베니스비엔날레와 동일한 비엔날레임에도 남의 나라 비엔날레가 선정한 전시에 참여함으로써 자존심조차 내려놨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도 함께 풀어야 할 미술계 사안들은 꽤 된다. 일소할 부조리도 적지 않다. 전문성과 무관한 자가 지엽적인 이유로 공립미술관 관장이 되는 해괴한 일들이나, 문화예술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창작환경 위축과 전시발표의 기회를 잃어가는 상황 등이 그렇다. 특히 모든 것이 미술시장으로 통하는 작금의 실상은 미술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진지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오정은 미술평론가는 “K문화예술의 확산을 바라는 정부 방침에 힘입어 축제의 장이 지구 반대편(베니스)에서 열리는 모양이지만, 실제 미술현장에선 곡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자행된 문화예술 예산 삭감 및 제도 변화로 공동체 내부엔 위기감과 절망감이 감돈다”고 했다. 이는 겉만 번지르르한 것들에 경도될 게 아니라 미술계 현실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고 예술 지형도의 변화를 예상한 체계적이고도 실질적인 논의와 담론의 필요성을 가리킨다. 이제라도 공론의 장을 통한 당대 인식을 드러낼 때임을 말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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