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에서 부텨까지, 부터에서 부처까지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붓다에서 부텨까지, 부터에서 부처까지

자유. 스스로 自(자), 말미암을 由(유). 자신을 원인으로 삼는다니 그 얼마나 서늘하고 무서운 말인가. 자유를 많이 입으로 뱉은 자일수록 그 말에서 도망치기 바쁘다. 문명의 밭(田) 위에 누가 주인처럼 앉아 있는 게 由라면, 눈(目) 위에 새 한 마리 걸터앉은 게 自. 자(自)는 ‘몸소, 자기’라는 뜻도 거느린다.

요즘 식당에서 셀프(Self)는 흔히 만나는 단어다. 어제 간 곳에도 셀프가 많았다. 물은 셀프, 셀프 코너, 셀프 앞치마까지. 뜻을 파고들자면 사실 셀프는 그리 쉬운 말이 아닌데도 고개를 갸웃하는 이 아무도 없었다. 저마다 잘 알아서 물과 추가반찬을 직접 가져다 먹었다. 여기에서 셀프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기’라 할 수 있을까.

국어사전은 자기(自己)를 “그 사람 자신”이라고 풀이한다. 한편 自古以來(자고이래,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경우처럼, 자(自)는 전치사로도 쓰인다. 말석에서 노자를 배우는데, ‘自己造也(자기조야)’란 글귀가 나왔다. “자기 스스로 만든다”라고 풀이했더니, 선생님께서 여기서는 己(기)만 해도 자기란 뜻이 충분하니, “자기부터 짓는다”라고 한 걸음 더 들어간 해석을 주셨다. 이처럼 자기란 여러 겹이다.

부처님오신날.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군말’, 한용운)를 맛있게 중얼거리다가 재미있는 칼럼을 읽었다. “진리를 깨달은 자를 뜻하는 ‘부처’는 산스크리트어 ‘붓다(Buddha)’에서 온 말이다. 붓다를 음차한 한자가 ‘불타(佛陀)’이고, 중국식 발음은 ‘푸퉈’에 가깝다. 그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부텨’가 됐다. (중략) 이 ‘부텨’가 세월 속에서 구개음화 현상 등을 겪으며 변한 말이 ‘부처’다.”(‘같으면서 다른 싯타르타와 부처’, 엄민용)

나는 그만 말 하나에 탁, 걸려 넘어졌다. 붓다는 불타, 푸퉈를 거쳐 부텨가 되었다고 한다. 누가 이 ‘부텨’를 부처라고만 알아차리겠는가. 나는 ‘부텨’를 전치사 ‘부터’로 음차해서 짚고 일어났다. 오오, 새롭게 전개되는 말의 궁전. ‘自己’라는 말은 곧 ‘자기부터’이며, 그 연원을 되짚으면 ‘자기부텨’에서 ‘자기부처’까지 연결된다. “중생이 곧 부처다.” 이 말의 의미를 부처님오신날에 이렇게 나름 증명해 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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