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8일 ‘제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에서 차기 국회 개원 후 6개월 이내에 검수완박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검사는 보완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에서 아예 손을 떼도록 하고 기소 여부만 결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을 개정해서 경찰이 단독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큰 권력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이라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도무지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검경수사권조정과 검수완박을 거치면서 수습 불가 상황으로 망가진 수사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는 70년 이상 경찰은 현장 수사로, 검찰은 법률 전문가로 빛을 발하며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해 사건을 함께 파헤치는 비교적 탄탄한 구조로 운영되었다. 최종 책임은 기소권자인 검찰에 있었기에, 사건이 부실하게 수사되거나 늦게 처리되는 경우 비난의 화살을 검찰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지난 정부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해서 기소까지 하는 구조를 손봐야 검찰의 정치화를 막을 수 있다는 타당한 문제의식에서 검찰개혁을 시작하여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삭제하고 수사지휘권은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이 검경수사권조정으로 변질되면서 초안에는 있지도 않았던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들어오고 보완수사의 핵심이었던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졌다. 경찰과 검찰이 서로 상대가 종결권자라며 사건을 떠넘길 수 있게 되면서 사건의 책임자가 불분명해졌다. 검찰에 고소장도 못 내게 바뀌며 경찰이 사건 대부분을 떠안게 되었는데,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 경찰이 과로를 견디다 못해 어떻게든 수사업무에서 탈출하려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수사의 질이 저하되고 사건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하세월로 늘어지며 피해자는 물론이고 피의자의 고통도 가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22년 봄, 한 달 만에 졸속 처리된 검수완박 입법으로 애꿎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되었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자체 종결하는 경우 피해자인 고소인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게 하고, 고발인은 이의 신청도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질병이나 장애가 있어서 스스로 고소할 수 없는 범죄 또는 마약, 환경, 부패, 불공정거래, 선거범죄와 같이 피해자가 없거나 불분명하여 고발인의 역할이 절실한 범죄의 경우 경찰이 사건을 종결해도 다툴 방법이 영영 없어졌다. 이 개악에 대하여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셌지만, 국회의원이 이유 없는 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에 꼭 필요하다는 궁색한 논리로 국회는 기어이 입법을 마쳤다.
민주당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앤 직후 비난 여론을 의식하여 조속히 보완 입법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정작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부활시키는 의원입법 발의안에 대한 소관 상임위 심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만 끌던 21대 국회는 이제 며칠 후면 문을 닫는다.
몇년간 복잡하게 이어진 형사사법체계의 변화로 큰 혼란과 피해를 겪는 사람은 사회적 자원을 적게 누리는 평범한 서민들이다. 반면, 쏟아지는 사건에 치여 한없이 수사가 지연되고, 증거확보와 법리 검토가 어려워진 세상에서 누구보다 이득을 보는 사람은 범죄자이다.
개혁은 올바른 반성에서 시작해야 그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22대 국회가 제대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싶다면 함부로 제도를 손댄 결과가 어떠한지 실태부터 들여다보라. 형사사법체계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근간으로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검찰개혁이 정치구호로 소모되지 않도록 제도 변화로 인한 득과 실을 냉정하고 자세하게 살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