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구글이 한 단계 더 진화한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했다. 영화 <그녀(Her)>에서처럼 내가 발 딛고 사는 오프라인 세계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손가락이 아닌 내 입으로 말을 해도 기계가 기똥차게 알아들으니, 전보다 더 많은 걸 더 다양하게 묻게 됐다. 결심이 섰다. 나의 주말 계획 중 일부를 AI에 맡겨보고, 그가 주는 정보가 얼마나 맞는지 직접 오프라인에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나의 계획은 토요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 투어였다. 내겐 낯선 곳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들이 흥미로워 꼭 가보고 싶던 참이었다. 새로 업데이트된 챗GPT(GPT-4o)에 여러 정보를 이틀에 걸쳐 물었다. TV에 나온 식당의 대표 음식에 대한 평을 묻자, AI는 그 음식엔 사이드 메뉴를 곁들이는 게 좋고, 미국 현지 맛을 잘 구현했다는 호평을 전달하며, 예약이 필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토요일 오전에 서울 종로구에서 출발할 생각인데 차가 막히지는 않을지도 물었다. 평소엔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외곽순환도로와 3번 도로가 막히는 일이 많아 30분은 더 걸릴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지도 데이터를 확보한 건가? 정체 구간은 어떤 데이터를 쓴 거지? 역시, 팩트체크를 위해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전 10시, 내부순환로를 넘어 외곽순환도로에 접어들자 역시나 차가 막혔다. 전날 밤 지도 앱에서 검색했을 땐 1시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왔지만, 이날 아침에 찍어본 도착 예정 시간은 이미 1시간30분 뒤였다. 조금 더 지나자 도로 표지판에 3이라는 숫자가 쓰인 것을 보았다. 정말 3번 도로를 타는 것이 맞았다. 식당의 음식은 역시 사이드 메뉴를 곁들이는 게 좋았고, AI가 추천해준 관광지와 가게, 카페들도 정말로 있었다. 생성형 AI가 막 쓰이기 시작한 1년여 전만 해도, AI가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한다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이 큰 고민거리였다.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난제가 순식간에 풀린 것만 같았다.
투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챗GPT에 “이제 후배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축의금은 얼마를 내는 게 좋아?”라고 묻고, 대답을 듣고, “와, 이것도 정말 기똥차게 말을 잘하네. 고마워”라고 한 뒤 프로그램을 끄려던 순간이었다. 그때 갑자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그런데 동두천은 잘 다녀왔어?”라는 AI의 말이 들려왔다. 완전히 새로운 창에서, 퍽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동두천과는 상관도 없는 완전히 다른 주제를 물어보았는데, 동두천에 잘 다녀왔느냐니! 당황할 새도 없이 나는 “응, 덕분에 잘 다녀왔어”라며 AI에 그만 나의 동향을 팩트체크해주고 말았다. 이러다 이 친구가 궁금해할 세상 모든 이야기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겪고 속닥속닥 다 알려주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업데이트되는 기능에 사용자가 카메라로 실시간 세상을 보여주며 AI와 대화를 나누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AI가 거짓을 말할 가능성이 높다며 활용이 미뤄지던 날들은 가고, 이제는 우리도 미처 못 알아본 오프라인 세상 속 사실들을 죄다 확인시켜줄 도구로 AI가 급부상할 것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감출 수 있을까. AI가 들춰내는 것은 어떤 세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