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프리랜서, 육아돌봄 권리 찾기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저출생’과 ‘초고령’ 문제가 전 사회적 이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임신·출산·육아문제를 축약한 ‘임·출·육’과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띈다. 당사자들의 분노와 공분의 표출 현상 같다. 저출생 문제를 위한 기업 지원 사례도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다. 부영그룹과 쌍방울그룹은 출산장려금 1억원 지원을 발표했고, 콜마홀딩스도 셋째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내놓았다. 그동안 주요 기업들의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확대 등과는 다른 모양새다. 정치권도 선거철만 되면 다자녀 수당이나 주거·주택 지원 같은 현금성 공약을 제시한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성인남녀 소개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보도자료로까지 발표하고 있다.

제도와 정책의 구조적 접근이나 논의들은 관심 밖이다. 특정 기업의 우수사례 소개나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정부 통계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23년 기준 육아휴직 수급자는 12만6000명에 불과하고, 여성은 9672명이 적용받았다. 이조차 대기업과 공공부문 종사자가 다수다. 우리는 사업장 규모, 직무 성격, 고용형태 등에 따라 육아돌봄의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한 것은 인력, 급여, 돌봄 문제만이 아니라 불이익 때문에 맘 편히 사용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그간 모·부성 정책의 보장성 확대와 실효성 강화에 초점을 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육아돌봄정책에서 배제된 취약층까지 포괄할 시점이다. 1988년 시작된 육아휴직급여제도는 2001년 고용보험법 개정과 함께 시행되고 있으나 그 시효를 다 했다. 지난 25년 사이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급속히 변화했는데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특수고용 165만명, 플랫폼노동자 292만명, 프리랜서 400만명 등(중복 포함) 비임금노동자가 847만4000명(여성 53.4%)에 달한다. 비정규직 규모와 거의 같다. 이들 모두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집단이다.

무엇보다 비임금노동자 모두에게 고용보험 적용 입구를 넓혀야 한다. 전국민고용보험제도는 효과적 정책 수단이다. 물론 구직·실업급여만 아니라 교육훈련과 육아돌봄까지 확대해야 한다. 방송 작가, 각종 강사, 일러스트레이터, 공연 예술인의 노동형태를 보면 불가능하지 않다. 계약기간 동안 피보험 자격과 연동한 육아돌봄 수급 자격을 주면 된다. 더불어 저소득자는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22대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다. 물론 제도의 실행력을 위해 남녀고용평등법과 고용보험법을 함께 개정하고 패키지 지원을 해야 한다.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다수는 육아급여의 수급조건 편차는 있으나 자영업과 프리랜서까지 포괄한다. 나라별 제도와 운영의 차이도 있다. 다수는 육아급여는 일반재정이나 고용·건강보험을 활용한다. 그러나 별도의 가족기금이나 사회보장기금 등을 활용하는 곳도 있다. 물론 우리도 2019년부터 1인 자영업자나 예술인 등 비임금노동자 대상 육아출산급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성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출산급여 지원 사업인데 적용자는 1만409명에 그친다. 제도 확산과 파급성을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도 필요하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출산부터 육아와 돌봄의 보편적 권리 보장을 위한 전환의 시점에 와 있다. 향후 생애주기 과정에서 누구나 돌봄과 육아의 시간과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육아돌봄 및 모·부성권 제도는 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까지 적용되는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비경제활동인구나 실업자들에게도 육아돌봄급여가 주어진다면 경력단절이나 불안정한 일자리의 격차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이제는 차별과 배제적인 고용관계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편적 시민권 기반 사회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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